“‘사드 보복’ 우려 아닌 中에 ‘北비핵화 책임’ 강조해야”

중국이 최근 유엔 안보리 대북규탄 성명에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반대’ 명시를 주장해 언론 성명채택이 최종 불발된 데 이어, 북중 무역량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가시화되는 게 아니냐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인민일보나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언론의 사드 비판 사설도 인용, 이 같은 우려를 고조시키는 모양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사드 보복’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 때문에 최근 중국의 행보를 사드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하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드 문제를 우리가 너무 민감하게 다룬다면 되레 남남갈등을 심화시키거나 중국에게 사드 반대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사드 반대’를 빌미로 한 중국의 ‘몽니’가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에 균열을 내는 것처럼 비쳐져, 북한에 도발 정당성을 심어주는 등 오판의 여지를 줄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 비핵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공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부터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中, 대북제재 국면서 북중 관계 진척 못 시켜…무역량 증가 확대해석 말아야”

올해 6월 북중 무역량이 전년 대비 9.4% 증가한 5억 377만 달러로 집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시행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사드 보복 차원에서 북중 교역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북중 관계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사드와 북중 교역은 별개 사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중국 내수 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중국 측 무역회사들이 제재 범위 내에서 북한과의 교역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 중국 당국도 사드를 둘러싼 한미와의 정치적 문제를 대북 무역이라는 경제적 분야와 연결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7일 데일리NK에 “대북 제재 적극 동참으로 중국 내 기업들이 덩달아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북중 교역 증가는 동북 3성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을 일정 정도 타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연구위원은 “북중 교역 증가를 사드 때문에 대북 제재를 거스르려 한다는 식으로 풀이하는 건 지나치다”면서 “중국의 대북 제재를 좀 더 긴 호흡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중국 당국 차원에서 북중 무역 확대를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대북제재 이후 북한과의 무역을 관망할 수밖에 없었던 중국 기업인들이 중국 정부가 사드 문제로 북한과 가까워질지 모른다는 보도가 나오니 움츠렸던 사업을 재개하기 시작한 것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도 “어차피 민생 및 인도주의적 목적의 교역은 대북 제재 예외조항이기 때문에, (사드와 무관하더라도) 중국이 이 부문에서 제재 수위를 조정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중국은 대국으로서의 리더십에 손상이 가는 걸 바라지 않고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를 이행하겠다는 약속은 분명히 지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中관영언론 보도에 일희일비 말아야…中 대북지렛대 삼겠다는 외교적 노력 필요”

중국 관영언론들의 사드 보복 주장과 박근혜 대통령 비방을 근거로 한중 관계 악화를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중국 언론의 강경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는 모양새가 되레 남남갈등은 물론 한중 국민 간에 반감 정서만 불러일으켜 중국에게 사드 반대 빌미만 제공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에게 ‘대국’이라는 이미지를 씌워 한국이 패배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경제교역만 놓고 보더라도 한중관계 파탄 시 출혈이 큰 건 중국”이라면서 “중국은 애초에 한국과의 관계 단절을 야기할 의사가 없는데도, 한국에서 알아서 남남갈등이 일어나니 사드에 대해서도 강경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 규탄 성명 채택 과정에서처럼 더 이상 사드 반대 입장을 관철시키는 데 ‘북한’이라는 카드를 남용하지 않도록, 대북 지렛대로서의 중국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게 더 시급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특히 사드의 불가피성을 지속 설득하는 동시에 한중관계의 신뢰 회복에도 외교적 노력을 다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사드 배치가 한미일 삼각 MD(미사일방어체계) 도입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에게 북한의 핵문제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빠지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걸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셔틀 외교(분쟁 중인 두 나라 사이에서 제3국의 중재자가 해결을 시도하는 외교)도 유도할 겸 외교부 장관 등 고위층이 베이징은 물론 워싱턴이나 모스크바 등을 직접 방문해서라도 사드 배치 설득을 위해 한국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도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이 그동안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사드 배치가 아닌 다른 대안이 있었을 수도 있다. 결국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개발을 방조한 중국에게도 책임이 있는 셈”이라면서 “중국이 대북 지렛대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양심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보다 명확한 설득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