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아닌 ‘유감’으로 남북 고위급 접촉 최종 타결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조성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접촉이 25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됐다. 남북한이 22일부터 이날 새벽까지 무박 4일간, 43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벌여 극적으로 합의를 이뤘다.

남북이 이날 발표한 공동 보도문에 의하면, 북한은 이번 합의에서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준전시상태를 해제했으며, 남한은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키로 했다. 이로써 한반도 긴장이 해소되고 남북 대화국면이 조성됐다.

남북은 이와 함께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추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 개최 ▲민간교류 활성화 등에도 합의했다.

이번 남북 최고위급 접촉에는 남측에선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선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참석했다.

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새벽 춘추관에서 공동 보도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과정에서 난항도 많았지만, 인내심을 갖고 협의해 합의했다”면서 “최근 군사분계선 DMZ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북한이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어 “지뢰도발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주체가 되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다”며 “북한의 목표는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이었는데 (북한의 도발) 재발방지와 연계시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여 여러 가지 함축성이 있는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번 합의는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데 대해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협상한 것에 대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특히 “그동안 북한은 우리 국민에게 불안과 위기를 조성하고 양보를 받아왔는데, 우리 정부에서는 그것이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도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의 이번 지뢰도발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사과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날 박 대통령은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없으면 확성기 방송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이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대북 확성기 방송을 25일 낮 12시부터 중단키로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지뢰도발 이후 남한의 11개 지역에서 시행된 확성기 방송은 재개 15일 만인 이날 정오부터 중단되며,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했다.

또한 남북은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 활성화를 위한 합의도 도출했다. 남북은 관계개선을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 개최하기로 하고,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