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현장 조작이라니?…현대아산 도대체 제정신인가?

북한군의 고 박왕자씨 총격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시간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12일 “사건 당일인 7월 11일 새벽 5시 3분께 사진을 찍은 목격자가 해수욕장 경계 울타리에서 250여m 떨어진 지점에서 박 씨가 울타리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을 30~50m 거리에서 목격했고, 이어 새벽 5시 6~7분께 모래언덕 방향으로 찍은 사진에서 박 씨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황부기 합조단장은 총소리를 듣고 시계를 봤다는 사람들의 진술이 대체로 새벽 5시 15분 경으로 일치하고 총성을 들은 직후 찍은 카메라의 시각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검증 결과 새벽 5시16분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500m를 도주한 박 씨에게 새벽 4시 55분에서 새벽 5시 사이에 총탄을 발사했다”는 북측의 주장이 말짱 거짓말이었음이 과학적인 입증 방법에 따라 드러났다. 아울러 박씨가 피살된 시각이 해가 뜬 지 4분이 경과한 점으로 미루어 “남녀식별이 불가능했다”는 북측 주장도 거짓말로 확인됐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사실은 현대아산이 초기에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조만기 수사부장은 “사건 직후 금강산 사업소 소장이 책임소재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모래 언덕에 출입금지 표지판을 설치하도록 하고, 직원들에게 경찰 조사에서 당초 ‘출입금지 표지판이 부착됐다’고 말하라고 하는 등 진실은폐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말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아산은 안전관리체계 부실의 책임을 추궁받을까봐 사건 발생 직후에 표지판 부착을 지시하여, 마치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왕자 씨가 이를 무시하고 북측 군사경계지역으로 고의로 넘어간 것처럼 위장하려 했던 것이다. 이 행위는 사건현장에 대한 조작·은폐·왜곡에 해당된다. 또 현대아산은 관광지역 이탈시 총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교육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리 돈이 중요하고 사건이 비화되는 것을 초기에 막아보려 했다고 해도, 비무장 50대의 여성 관광객이 북한군이 쏜 총을 맞고 숨진 초유의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현대아산이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은 기업 윤리를 무시한 것은 물론이고 인간의 양심에 비춰 도저히 용서받기 어렵다.

현대아산은 사건 발생 초기 북측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는 역할에만 충실하여 마치 북측과 말을 맞춘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지만, 이렇게까지 사건 현장의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아주 비열한 짓이다.

특히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사건현장을 그대로 보존하도록 하는 것이 관례다. 이를 어길 경우 증거인멸에 해당하며, 이를 지시하거나 실행에 옮긴 자는 형사상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우리는 정부 합동조사단의 발표와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의 발표를 보면서, 현대아산이 사건현장 은폐 지시 외에 앞으로 또다른 진실을 은폐하거나 사실을 왜곡할 경우 국민의 심판에 곧바로 직면하게 될 것임을 미리 경고해둔다.

지금은 남측 조사단이 현장에 접근하여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은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약속 및 후속조치가 수순이다.

금강산 관광은 이 순서를 모두 거치고, 안전조치가 확인된 다음 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 현대아산은 이같은 수순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수사 당국에 전적으로 협조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