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 날리기’가 국민들의 지지를 더 얻는 방법은?

필자는 원칙적으로 삐라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삐라에 대한 법적 제재는 부당하다. 그렇다고 삐라를 살포하는 단체들의 행동을 모두 좋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삐라 살포 단체들은 민주주의의 이중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법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의 자유는 보장된다. 하지만 동시에 그 행위가 국민들 다수의 반대에 부딪치면 법이 아니라 여론에 의해서 중단될 수 있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이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가 최진실 전 남편 조성민씨가 법적으로 보장된 아이들 재산권을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법적으로는 아이들 재산권을 조씨가 행사할 수 있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너무 강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운동가(activist)들은 언제나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운동의 대의 뿐만 아니라 전략, 전술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삐라 살포 단체들은 지금 자신들에 대한 국민 여론이 얼마나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국민 여론이 왜 부정적으로 흐를 수 밖에 없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까?

21일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대북 삐라 규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삐라 살포를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61.4%로 나타났다. ‘북한 개방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은 22.2%에 그쳤다. 거의 3:1의 스코어로 삐라 규제에 대한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북한 인권에 적극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들 조차도 57.7%가 삐라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삐라 반대 여론이 이렇게 높은 이유가 단지 북한의 협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가령 북한은 개성공단 중단 사유로 삐라 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의 유엔북한 인권결의안 참가도 거론했다.

만약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을 물어보면 어떨까? 참고로 2005년 11월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R&R)가 전국의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3.3%는 유엔총회에 상정된 대북인권 결의안에 대해 우리 정부가 ‘북한 동포의 인권개선을 위해 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남북한 화해협력 증진을 고려해 기권해야 한다’는 응답은 22.2%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3년 전이기 때문에 지금 여론 조사를 하면 찬성에 더 높은 수치가 나올 수도 있다.

“북한 인권 결의안”에는 다수가 찬성하는 데 왜 북한인권 개선을 명분으로 내건 삐라 살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삐라에 대한 한국인들의 오래된 이미지

첫째, 삐라 살포 단체들은 삐라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오래된 부정적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삐라”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다. 그 이유는 “삐라”라고 하면 과거 북한이 남쪽으로 날리던 그 삐라를 먼저 연상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사회의 여론을 이끄는 40대 이상의 세대들은 북한이 남쪽으로 보낸 삐라에 대한 경험이 직, 간접적으로 있다.

그 삐라는 “남한은 거지로 득실거리고 북한은 지상 낙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그런 류의 내용이다. 따라서 “삐라”가 주는 이미지는 “거짓 왜곡” “수구 대결”… 이런 것들이다.

삐라 살포 단체들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한국 국민들 사이에 역사적으로 형성된 삐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려했어야 했다. 따라서 자신들이 뿌리는 삐라는 과거 북한에서 남으로 보내는 삐라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삐라 단체들은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 별로 성공한 것 같지 않다. 물론 북으로 날려 보내는 삐라가 거짓, 왜곡으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삐라가 연상시키는 ‘수구 대결”이라는 이미지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북한이 삐라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면서 이런 ‘수구 대결”이라는 이미지는 오히려 강화된 측면도 있다. 물론 삐라를 지지하는 일부 보수층의 강력한 지지를 얻기는 했지만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더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삐라 날리기에 국민참여 방안 마련 필요

둘째, 삐라 단체들은 다수 국민들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술을 별로 쓰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의 관심을 촉발하기 위해 북한이 강경하게 반발하는 것만 골라 삐라 내용을 채웠다. 북한을 더 자극하면 언론의 더 높은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삐라 뿌리는 장면까지 이벤트로 만들어 상세히 찍도록 했다.

사실 삐라는 다수 국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이메일이나 인터넷 댓글을 통해 국민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삐라에 담아서 보내면 삐라 지지자 들은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삐라 단체들은 국민들이 삐라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홍보하지 않았다. 오직 김정일의 부도덕성 등 자신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만 써서 보냈다.

삐라 단체들이 다양한 대중 참여 방안을 고민하고 활용했다면 이렇게 까지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국민 참여 전술을 강화했다면 삐라 내용도 북한이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김정일 비판에만 국한되지 않고 훨씬 다양해졌을 것이다. 그 만큼 국민들의 지지도 올라갔을 것이다.

요구 조건 현실적이고 유연해져야

셋째, 삐라 단체들은 대북협상 전술 운용에 있어서도 극히 경직적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삐라 살포는 북한당국으로 하여금 먼저 남북대화의 장에 나오도록 한 성과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 취임한 뒤 남북대화를 거부하던 북한이 지난 10월 2일 스스로 남북회담을 제안했다. 바로 삐라 때문이었다. 즉 삐라에 대한 북한 정부의 관심이 아주 높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삐라 단체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삐라 살포를 주도하고 있는 한 인사는 11월 16일 중앙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삐라 중지의 5개 조건을 북한에 제시했다. 그 5개 조건은 ▶박왕자씨 총격 살해 공식 사과 ▶대한민국 모독 중지 ▶핵실험 중지와 핵무기 폐기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중지 ▶정치범 수용소 폐지이다.

그런데 이 중 “박왕자씨 총격 살해 공식 사과” 문제를 제외하고는 제기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나머지 요구 조건은 정당하지만 비현실적이거나 삐라 살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는 것들이다.

만약 삐라 단체들이 북한의 삐라에 대한 높은 집착을 잘 활용해서 남-북 대화를 유도해 갔다면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위 5가지 요구 조건들에서 보듯이, 삐라 단체들은 물론 정당하기는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고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힘든 요구 조건을 북한에 제시하고 있다.

북한에 요구하는 조건들은 “박왕자씨 사건 사과”나 “납북자, 국군포로,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 조금이라도 현실성이 있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내용이 좋을 듯싶다.

그런데 다행히도 삐라 단체들은 11월 23일 중앙 선데이와 다시 인터뷰를 하면서 요구 조건을 대폭 수정했다. 한 삐라 단체 대표는 겨울 3개월 동안 삐라 살포를 중지하겠다면서 북한에 3가지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 ▶박왕자씨 총격 살해 사건에 북한의 공식 사과 ▶노동신문·중앙방송 등 북한 언론의 대남 비방을 중지 ▶북한 당국이 탈북자를 강제 북송해 정치범 수용소에 투옥하는 행위 중단을 내걸었다. 이는 훨씬 현실적이고 대중적인 요구이다. 삐라 단체들의 전술이 진일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정부에는 “민간 대북방송의 국내 송출”이라는 요구 조건을 내걸 필요가 있다. 과거 동유럽에서도 지금과 같은 풍선을 통한 삐라 살포 활동이 전개되었다. 51년부터 56년까지 35만개의 풍선에 3억개의 삐라가 동유럽에 살포되었다. 이 삐라 활동은 56년에 중단되었다. 그 이유는 자유유럽방송(Radio Free Europe)이라는 동유럽 사회주의권을 향한 라디오 방송 시설이 대폭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민간 대북방송 국내 송출 허용이 대안

삐라나 라디오나 모두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와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다. 삐라 내용이 라디오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삐라를 중단할 명분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 민간 대북방송은 해외 주파수를 쓰기 때문에 그 음질이 별로 좋지 않다. 때문에 민간 대북 방송들은 그 동안 줄곧 한국 정부에게 국내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한 것이다. 특히 한국의 AM 주파수를 쓸 수 있다면 북한 주민의 방송 접근도가 훨씬 높아진다. 따라서 삐라 단체들은 삐라 중지의 요구 조건으로 민간 대북 방송의 국내 AM 주파수 사용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문근영씨 기부행위를 좌파들의 선전 전략과 연관지은 한 보수 인사가 대중들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실 그의 주장을 들어보면 일부 일리가 있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그는 “문근영은 빨치산 선전용” “문근영은 좌익 여동생”이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문근영 양 본인에게 색깔론을 덮어 씌우는 듯한 주장을 전개했다. 본인의 뜻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 때문의 그의 주장은 보수언론과 단체들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삐라 단체들도 이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행동이 아무리 정당하고 숭고하더라도 국민들과의 소통에 실패하면 그 행동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오히려 좋은 일 하고 뺨 맞는 일도 생긴다. 삐라 단체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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