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1일 영변 5㎿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8천개의 인출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힘에 따라 북핵 국면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외무성 대변인의 언급은 이달 초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이 불거지면서 미국, 중국, 한국 등이 북한을 상대로 6자회담 복귀를 압박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이 폐연료봉 인출을 끝마친 것은 다음 단계로 플루토늄 추출을 위한 재처리에 들어갈 가능성을 의미한다. 북한이 종종 공언한 대로 “핵무기고를 늘려 나가겠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외부에 주지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핵보유 성명 이후 다음 단계의 ‘추가 조치’로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가 될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이번 외무성 발표는 북한이 앞으로도 협상카드를 세분화해 구사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원자로의 최근 재가동 시점은 2003년 2월로 파악됐으며 가동 중단이 확인된 시점은 올해 봄이었다. 지난달 17일 일부 외신이 가동 중단을 확인했지만 북한 당국으로부터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통상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8천개에 달하는 폐연료봉을 모두 꺼내는 데만 대략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 연료봉 인출작업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북한은 이런 관측을 넘어서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와 관련, “(영변에 있는) 5㎿ 시험 원자력 발전소에서 8천개의 폐연료봉을 꺼내는 작업을 최단기간 내 성과적으로 끝냈다”고 언급함으로써 그간 북한이 폐연료봉 인출 작업에서 속도를 내왔음을 시사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또 기존의 5㎿급 실험용 원자로 외에 공사를 중단했던 50㎿급 원자로와 200㎿급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2002년 12월 이들 원자로 건설의 즉시 재개 방침을 밝힌 만큼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원자로가 완공돼 실제 가동에 들어갈 경우 북한은 ‘핵무기고’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대량의 플루토늄 생산 공장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해진다.
이와 관련, 외무성 대변인은 “자립적 핵동력 공업을 발전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면서도 “방위적 목적에서 핵무기고를 늘리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