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문재인·안철수 캠프의 통일·외교정책 책임자들이 7일 한 토론회에서 자리를 같이했다. 노무현-김정일의 NLL 관련 대화록이 대선의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각 진영의 통일·외교 정책브레인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각 캠프 책임자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북정책을 가장 잘 수행할 적임자임을 홍보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주요 쟁점이나 이슈는 비켜가면서 결국 맥 빠진 자리가 되고 말았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이날 오후 주최한 ‘제18대 대통령 후보 통일·외교정책 책임자 초청 토론회’에 박 후보 측은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문 후보 측은 김기정 연세대 교수, 안 후보 측은 이봉조 전(前) 통일부 차관이 참석했다.
먼저 인물평이 거론됐다. 최 교수는 지난해 8월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즈에 박 후보의 기고 글이 실린 것을 먼저 언급하면서 “국제사회가 (박 후보를) 신뢰하고 안정적인 후보자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김 교수는 “(문 후보는) 특전사 경험을 통해 안보에 확실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튼튼한 안보에 기반을 둔 대북정책을 펼 것”이라고 했고, 이 전 차관은 “안 후보는 의사와 CEO, 교수 등 많은 경험이 있고,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이루었다”고 맞섰다.
이어진 발표에서 박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한 반면, 문 후보 측은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채 ‘한반도 평화구상’에만 시간을 할애했다.
최 교수는 “인도적 문제를 정치적 상황과 구분하여 추진하고, 이산가족문제 해결과 국군포로·납북자 송환 노력을 추진하겠다”면서 “또한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과 보편적인 가치인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차관 역시 안 후보는 인도주의적 협력 확대 및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면적이고 조속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국군포로 및 납북자에 대한 생사확인 및 상봉을 확대하겠다”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한 종합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 교수는 문 후보의 ‘한반도 평화구상’과 ’10·4선언 이행’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는 문 후보의 한반도 평화구상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투트랙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10·4선언’ 이행을 약속하면서 서해상 긴장완화 조치를 위해 북방한계선(NLL)을 확고하게 지키면서도 동시에 긴장완화를 위한 제반 조치를 위해 서해를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하겠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김 교수는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그 마지막 단계를 넘어서려는 것이 문 후보의 대북정책”이라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최 교수는 박 후보의 대북정책 핵심 키워드는 ‘신뢰와 균형’이라며 “대화가 중요하지만 상호 간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남북관계도 바로 설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후보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이명박 정부의 선(先)비핵화 후(後)평화교류 기조가 아니냐는 지적에 “결코 선 비핵화 후 남북교류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전 차관은 안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해 ‘강하고, 당당하고, 평화로운 한반도 건설’이라는 3대 비전을 제시하면서, “남북화해를 바탕으로 북핵문제와 평화체제의 선순환이 있어야 한다”며 남북대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방한계선을 유지하면서 서해 평화정착 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서해에서 실질적인 평화정착을 통해 군사적 위협을 감소시키고 신뢰를 구축해야 그 바탕 위에서 남북 간 공동번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