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美 조지타운대 교수

“미국은 더 이상 북한의 위기 조장 전술에 넘어가는 일이 없을 겁니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5일 북한이 최근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라는 위협 카드로 북ㆍ미 대화를 압박하고 나선 데 대해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차 교수는 이날 한국국제교류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문가 세미나에 앞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워싱턴에서는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이후 북핵 문제에 대해 ‘할만큼 했다’는 시각들이 적지 않다”며 “이제 북한이 움직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인터뷰에서 수 차례에 걸쳐 한ㆍ미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중요성을 강조한 차 교수는 한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재건 요원 및 경호부대 파병 결정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환영하고 있으며 향후 양국관계가 글로벌 파트너로 한 단계 격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국 전담 연구원(Korea Chair)으로도 활동 중인 차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행한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우선 순위와 원칙'(Obama’s Asia Trip: Priorities and Principles) 제하의 특강에서 북핵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한ㆍ미, 미ㆍ일 현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차 교수와의 문답.

— 서울에서 열리는 한ㆍ미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는?
▲ 한ㆍ미 의회의 FTA 비준 문제가 될 것이다. 미국은 ‘FTA의 원형(prototype)’으로 볼 수 있는 한ㆍ미 협정의 비준 실패시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다.

— 북핵 문제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말인가?
▲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미국은 국내적으로 북핵 문제와 관련 더 이상 유화 조치를 취하기 어렵게 된 형국이다. 첫 핵실험 당시만해도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북한뿐 아니라 조지 부시 행정부에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2차 실험 이후 이러한 견해들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정부내에서도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본다.

— (2012년 4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전환 시기 문제 등에 대한 논의도 주요 의제에 포함될 것인가?
▲ 이미 로드맵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정상 간 논의할 주요 의제는 아닐 것으로 본다.

— 한국의 ‘아프간 파병’ 결정에 대한 추가 요구 가능성은?
▲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의 결정에 고마워하고 있다. 미국이 설사 좀 더 원하는 게 있다하더라도 ‘동맹국에 대한 압박’ 인상을 줄 것을 우려해 입 밖에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여하튼, 미국은 아프간 파병 결정을 계기로 한국을 글로벌 파트너로 여기는 등 양국 관계가 한 단계 진척될 것으로 기대된다.

— 한덕수 주미 대사가 최근 미 의회에 조속한 ‘KOR-US FTA’ 비준을 촉구했는데. 비준 전망은?
▲ 비준 여부의 전망은 어렵지만 결국 이 문제는 백악관의 결단에 달려 있다.

— 의회 비준에 대한 백악관의 ‘강력한 의지’가 없다는 뜻인가?
▲ 그렇다기보다는 미국은 새 정부 출범 직후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국내경제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FTA 비준을 적극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 경제가 점차 회복되고 있는 만큼 백악관도 이제 한ㆍ미 FTA 비준 등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현안들을 챙길 것으로 본다.
— 미국은 북한과 양자대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으로 보나. 미국은 추가로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나?
▲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는 전제 하에 북ㆍ미 양자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며 양자대화를 통해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으로 알고 있다.
— 북한은 협상을 통해 핵보유국인 인도가 과거 얻어낸 것과 비슷한 결과를 얻고 싶어한다는 시각이 있다. 미국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줄 가능성은.

▲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 최근 성 김 미 6자회담 수석대표와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간 비공식 접촉에서 어떤 진전이 있었나?
▲ 특별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앞서 미국과 한국 모두 북한 붕괴 등 우발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우려한 바 있는데. 한ㆍ미 또는 미ㆍ중 간 이에 대한 논의를 벌여왔는가?
▲ 중국이 북한을 의식해 이를 꺼리고 있어 미ㆍ중 간에는 관련된 내용에 대해 논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ㆍ중ㆍ미 3국 간 이에 대한 협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한ㆍ미 양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있어야한다고 본다.

— 중국의 입장을 감안해 한국이 중국과 미국을 상대로 간접적인 3자 논의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
▲ 이상적인 아이디어이지만 중국이 여전히 북한을 의식해 응하지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핵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자로 보지만 중국은 북한에 에너지 등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대북 영향력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 참가국 중 중국의 지렛대가 가장 크다고 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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