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北테러지원국 해제는 한 단계 진전”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12일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미국이 굴복한 것으로 비쳐질 만도 하지만 그보다는 장기적인 해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 발 진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후임자에게는 위기 확대보다는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는 이날 ‘북한 명단 삭제’라는 제목의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우선 이번 결정을 ‘헤일 메리 패스’라고 비판할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일 메리 패스’는 미식축구에서 경기 막판에 밀리는 팀이 무작정 전방으로 던지고 보는 패스다.

즉 경제위기와 이라크 문제로 곤경에 처한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만이라도 정리해 놓기 위해 한 때 ‘악의 축’이라고까지 일컬었던 북한에 대한 성숙하지 못한 선택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빅터 차는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 부시 대통령의 후임자는 이번 결정으로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사일을 발사하고 2차 핵실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 북핵 6자회담을 더 이상 파탄으로 몰아가는 것을 방지, 한반도 위기의 확대 대신 해결가능한 핵폐기 절차를 물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물론 협상보다는 경제 압박 등으로 북한을 고사(枯死)시켜야 한다는 측은 이러한 결과가 불만족스럽겠지만, 북한정권을 붕괴시키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들며 리비아식의 전면 핵폐기도 불가능하다는 게 빅터 차의 주장이다.

따라서 북한이 약속을 지킬 경우 차기 미국 대통령은 북한 현지에 파견된 미국과 국제 핵전문가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 기밀들을 다 알아내고 핵능력도 저하하는 상황을 물려받게 될 것이라고 빅터 차는 전망했다.

빅터 차는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부시의 결정은 ‘헤일 메리’가 아니라 장기적 해법을 찾기 위한 한 발 전진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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