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2단계 매듭 국면..`대형이벤트’ 연출 가능성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금주 중 재방북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북미 간 핵 신고서 협의가 끝내기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되면서 이른바 ‘다음 단계’에 대한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2∼24일 방북해 북한 당국자들과 핵 신고 협의를 진행했던 성 김 과장은 이번 주 방북에서 핵 신고서 협의를 매듭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성 김 과장은 지난달 방북시 협의한 내용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상관에 보고했으며, 최근 조지 부시 대통령 등이 협의결과를 수용해 다시 방북길에 오르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 북미 간 핵 신고 협의가 마무리되면 북한은 곧 중국 측에 신고서를 제출하고, 중국은 이를 6자회담 참가국에 회람, 의견수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5일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을 경우 이달 하순 6자회담 개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 핵 신고서를 중국에 제출하는 시점에 맞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절차(의회통보)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전문가들은 일단 지난 6개월간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핵 신고의 고비는 이제 넘어가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동인(動因)은 북한과 미국 수뇌부의 확고한 ‘협상의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북한 측이 매우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4월 싱가포르 협의 이후 미국보다 앞서 ‘전진이 있었다’는 발표를 할 정도로 발 빠르고 낙관적인 자세를 과시한 북한은 지난달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의 방북 당시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까지 나서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서 우리가 뭘 더 해줘야 하겠느냐”는 말까지 해가며 적극성을 과시했다는게 정부 소식통의 전언이다.

또 영변 원자로의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가동일지 등 각종 기록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은 물론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이 삭제되면 24시간 안에 불능화 대상인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냉각탑 폭파 장면을 전 세계에 공개할 수도 있다는 의사까지 피력한 것은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 북한 지도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오는 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 수뇌부의 의지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이다. 특히 조지 부시 대통령이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내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과제’로 북핵 문제를 선정했다는 관측이 외교가에 나돌고 있다.

북한-시리아 핵 협력 의혹이 미국 조야에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부시 대통령은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등 협상파에 확고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 소식통은 “우라늄문제와 핵협력설을 ‘간접시인’ 방식으로 처리하면서까지 핵 신고서 제출에 맞춰 테러지원국 해제에 착수하기로 한 미국의 행보는 부시 대통령의 결단이 없고는 가능하지 않을 일”이라면서 “향후 북핵 협상의 전망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북.미 수뇌부의 확고한 의지를 감안할 때 당분간 북핵 협상은 비핵화 2단계(핵시설 불능화와 핵신고)를 넘어 다음 단계(핵폐기 및 검증)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다음 단계가 시작되는 시기는 대략 6월 말이나 7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려면 45일 전 의회통보를 해야하고 6자회담에서 구체적인 신고서 검증과 핵 폐기 로드맵의 마련 등에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후 24시간 내에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고 이 장면을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중계하는 `이벤트’가 성사될 것인 지 여부다.

만일 성사된다면 이런 중요한 순간에 미국의 주요인사, 구체적으로 북핵 협상을 총괄 지휘해온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위기의 상징인 냉각탑 폭파 현장에 라이스 장관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냈음을 증명하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핵시설 불능화보다 훨씬 복잡하고 전문적인 작업이 될 핵폐기 작업을 진행하고 북.미 관계 정상화에 필요한 여러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평양에 미국의 외교사무소가 설치되고 상징적으로 워싱턴에도 북한의 외교거점이 등장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핵폐기 논의가 잘 진행될 경우 “비핵화 문제를 포함한 여러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6자회담 틀내에서 평양과 워싱턴에 양측의 상주사무소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 신고서 검증과정 등에서 예기치 못한 장애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 총량이 추후 검증과정에서 확인된 양보다 훨씬 적을 경우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 북한은 30kg 내외의 플루토늄 총량을 거론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은 이보다 훨씬 많은 50kg 내외를 추정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제출하는 핵 원자로 가동일지 등을 분석하면 북한이 신고한 내용의 신뢰성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새로운 쟁점이 나타나 시간을 다시 끌 경우 미국의 대선국면이 본격화되는 8월 이후에는 북.미 양측이 의지를 갖고 협상을 하려 해도 실질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정치적 타협’에 의해 어렵게 넘어간 ‘핵신고 고비’는 추후 검증 과정에서 다시 더 큰 고비를 만날 가능성이 상존하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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