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2단계 마무리..1994년과 차이점은

‘10.3합의’에 따라 북핵폐기를 향한 2단계 조치인 불능화가 마무리되면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뛰어넘는 것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1994년 체제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에 대한 상응조치로 미국이 매년 50만t의 중유를 공급하고 2천MW급 경수로를 위해 이 공사가 중단된 2003년 11월말까지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은 14억1천만 달러를 분담한 고비용 체제였다.

또 사찰과 검증의 시점도 ‘경수로 사업의 상당부분이 완료될 때’ ‘주요 핵심부품의 인도 이전’으로 명시해 경수로 공급 시점과 연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재가동에 1∼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도록 하는 핵시설 불능화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고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한.미.중.러가 중유 100만t 분량의 에너지.경제 지원을 진행함으로써 저비용 구조를 구축했다.

현재 불능화 조치 11가지 가운데 ▲폐연료봉 인출 ▲미사용 연료봉 처리 ▲원자로 제어봉 구동장치 제거 등 3개 조치는 아직 더디게 진행중이거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미사용 연료봉은 한국이 구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제어봉 구동장치의 제거는 폐연료봉 인출이 완료된 이후 가능하다는 점에서 마무리를 향해가고 있다고 볼 만하다.

여기에다 제네바 합의 때는 수교관계까지 합의해 놓고도 대북제재의 일부만 풀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숙원사업인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라는 정치적 조치를 상응조치에 포함함으로써 북한의 핵신고를 앞당길 수 있었다.

정치적 동시행동을 통해 북미간의 신뢰관계가 과거와 달리 공고화되고 제도화되고 있다는 점도 1994년 체제와는 다른 점으로 꼽을 만하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9일 “1994년과 달리 이번에는 불능화라는 중간단계를 넣음으로써 제네바 합의체제를 뛰어넘은 것은 분명하다”며 “북한이 추가로 추출할 수 있는 핵능력을 1∼2년간은 거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994년 북한은 핵무장을 추구하는 국가였지만 이번에는 2006년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됐고 영변 핵시설의 재가동을 통해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의 보유량을 늘렸다는 점에서 무조건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불능화라는 사실만으로는 1994년 기본합의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하지만 고농축우라늄(HEU) 문제가 불거졌을 때 너무 쉽게 제네바 체제를 포기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고를 늘려준 결과가 됐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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