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의지 표명했다는데…아무런 보도 없는 北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6일 1면에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이 함께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우리 특사단이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 열흘이 지났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하고 온 것도 큰 뉴스지만, 방북을 마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끌어내면서, 특사단의 방북은 그야말로 한반도 긴장의 물줄기를 획기적으로 돌려놓은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정치 일정들이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되겠지만, 사실 특사단 방북의 가장 큰 핵심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는 내용이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이 달려있어 북한이 나중에 어떤 주장을 하고 나올 지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이 2월 23일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을 바라는 것은 바닷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라고 밝힌 데 비하면 괄목할만한 변화이다.

, ‘비핵화관련 기사 없어

그런데, 북한은 특사단 방북이 마무리된 지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비핵화 의지’와 관련된 소식을 일절 전하지 않고 있다. 우리 특사단이 방북해 김정은을 만난 사실은 조선중앙TV의 동영상 등을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전했으나,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고 이로 인해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게 됐다는 내용은 아직까지 전혀 전하지 않고 있다.

물론,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된 내용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껄끄러울 수는 있다. ‘핵’과 ‘경제’의 병진이 노동당의 기본노선이고 “핵포기는 절대로 없다”는 말을 밥먹듯이 해왔던 북한이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핵포기는 없다”고 하다가 갑자기 “비핵화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히는 것이 위신이 깎이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입장 바꾸기가 껄끄러워서?

하지만, 북한이 입장을 번복하기가 껄끄러워서 ‘비핵화’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보기만은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다. 북한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들을 보면, 주변 정세에 따라 입장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른 입장을 내세우기도 했기 때문이다. 6자회담과 관련해 참가 중단 선언과 복귀를 반복했던 것이 좋은 예이다.

사실, 북한이 입장 번복을 하는 것은 민주사회보다 수월한 면도 있다. 북한에서는 여론이라는 것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에서는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면 엄청난 비판을 각오해야 하지만 북한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번 비핵화 문제도 “조선반도 비핵화는 위대한 수령님의 유훈”이고 미국이 모든 위협을 제거하는 대가로 북한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하면 그만이다.

북한의 진의차분히 살펴봐야

그런데도 북한은 왜 지금까지 ‘비핵화’와 관련된 말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을까?

특사단 방북 열흘이 넘도록 ‘비핵화’와 관련해 일언반구 없는 북한의 모습은 북한의 태도에 대해 우리가 좀 더 조심스러운 시각으로 지켜봐야 할 필요를 가지게 한다. 북한이 정말 비핵화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 좀 더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너무 들떠있기보다는 보다 차분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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