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의지 선전..美에 ‘선물’ 의미도

“고철덩어리에 불과한 냉각탑 폭파 하나로 북한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은 27일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함으로써 정치.외교적 파급 효과는 물론 금전적 이득까지 챙기는 ‘일석삼조’의 실리를 얻었다.

무엇보다 북한은 이제는 효용가치가 떨어져 ‘고철덩어리’로 평가되는 냉각탑의 폭파를 통해 국제사회에 비핵화 의지를 선전하는 효과를 극대화했다.

냉각탑은 북한이 1994년 제네바 기본 합의에 따라 핵시설의 가동을 중단한 뒤 미국이 인공위성을 통해 북한의 합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고 판단한 주요 시설물의 하나로, 북미간 핵대립의 상징물이었다.

그러나 20m 남짓한 이 냉각탑은 몇달 전 미국측의 입회하에 냉각장치와 증발장치를 떼어내 빈껍데기만 남았고, 영변 핵시설도 6자회담 10.3합의에 따른 불능화 작업을 마치면 사실상 재가동이 어렵게 된다.

결국 북한은 쓸모없는 냉각탑을 끌어안고 있는 것보다는 화끈한 폭파 이벤트를 통해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더욱이 미국이 26일 북한의 핵신고에 맞춰 곧바로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에 착수하는 만큼 전 세계에 ‘정상국가’ 이미지를 심어주는 선전효과가 클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냉각탑 폭파는 비핵화 과정을 되돌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을 어렵게 해온 상징적인 조치가 테러지원국 명단인데, 냉각탑 폭파는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상징하는 것이 깨졌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석했다.

또 비핵화 1단계에서 2단계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얻어내고 자신들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는 자평하에 냉각탑 폭파라는 ‘선물’로 미국에 화답한다는 제스처도 관측된다.

북한은 경제의 숨통을 조였던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를 해결하고 중유 95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 지원을 얻어낸 데다 핵무기 개수 등이 빠진 ‘입맛에 맞는 불충분한’ 핵신고로 테러지원국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대적성국 교역 금지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이득을 챙겼다.

그런 만큼, 미국내 보수세력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 협상을 일방적인 양보라고 비난하고 북한의 핵포기 의지를 의심하고 있는 데 대해 냉각탑의 ‘폭발력’으로 이를 잠재우고 부시 행정부의 체면을 세워주려는 의도가 읽힌다.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이 이미 작년 2.13합의 과정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 협상 의지를 확인하게 되자 한껏 흥분돼 나름의 상응조치의 일환으로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앞에서 영변 핵시설의 폭파를 단행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했고,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2.13 합의 직후인 3월 방미 때 이같은 의사를 미국측에 내비친 것으로 전했다.

폭파의 대상으로 냉각탑을 선정한 것은 미국이지만, 폭파 이벤트 자체를 기획한 것은 북한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위기 상황에서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했지만, 자신들이 유리한 국면에서는 ‘과시 이벤트’ 전술을 적극 활용해 왔다.

북한은 냉각탑 폭파를 차기 미 행정부에 보내는 긍정적 메시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 수 있다.

정성장 실장은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곧 대선 국면에 직입하기 때문에 북미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차기 행정부에 우호적 메시지를 계속 보낼 필요가 있고 그런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육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북한 정권은 이번 폭파를 “선군정치로 미국과의 싸움에서 승리함으로써 미국이 억지로 굴레를 씌웠던 테러지원국에서 벗어난 데 대한 승리의 축포”라는 식의 김정일 선전에도 활용할 수 있다.

냉각탑 폭파 비용으로 생기는 금전적 이득은 덤이다.

북한은 폭파 비용으로 수십만 달러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내고, 폭파 장면을 취재하는 미국의 CNN 등 언론사들로부터도 수십만 달러의 참관비 등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남북교류나 경협, 중국 정부나 기업과의 교류 과정에서 돈맛을 톡톡히 들인 북한에 이번 폭파 이벤트는 돈벌이 기회로 충분했다고 할 수 있다.

고철덩어리에 불과한 냉각탑을 폭파하겠다고 미국측에 먼저 제안하고서도 그 비용은 상대에게 떠넘겨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북한식 `실리주의’, 뛰어난 장사꾼의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낸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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