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우선론’ 對 ‘남북관계중시론’ 평행선

`남북관계’와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선순환 해법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를 찾기 위한 토론회에서 ‘남북관계’ 중시론과 ‘비핵화’ 우선론은 여전히 팽팽한 평행선을 그었다.

평화문제연구소와 독일의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는 각각 창립 25주년과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10일 오후 홍은동 그랜트힐튼호텔에서 정책토론회를 공동개최하기 앞서 발표 자료를 미리 배포했다.

토론회는 ‘비핵화 3단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남북관계,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두 주제를 차례로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비핵화 주제 발표자인 현인택 고려대 교수는 ‘북한 핵문제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비핵.개방.3000’ 정책은 일부의 오해처럼 강경정책이 아니라 북한 비핵화의 성과에 따라 상응하는 협력을 고려하는 유연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외교안보분야 자문학자들의 좌장으로 불렸던 현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한 의도만 있다면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받아서 나쁘지 않은 정책”이라며 “비핵.개방.3000은 비핵화의 진전과 남북협력의 진전 과정을 상응시키는 단계적.발전적 어프로치(접근법)”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핵 10.3합의는 (핵)동결이 북한 비핵화의 최종목표가 아니라 중간목표라는 가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비핵화 1단계로서 불능화는 기존 핵시설을 포함하는 것에 그치되, 신고와 검증은 3단계의 완전한 비핵화의 기초가 되게끔 해야 된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북핵 불능화와 신고 및 검증이 끝나는 2단계에서 국내에 ‘비핵.개방.3000’ 구상 추진기구를, 남북간에 실무회담 기구를 만들고, 3단계에서는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비해 남북관계 주제 발표자로 나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남북관계 경색은 ‘비핵화.개방을 하라는 요구를 충족시키면 보상해 주겠다’는 ‘갑을관계적 발상’에 북측이 불쾌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접근방식을 바꿔 6.15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남북관계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남북관계가 갑을관계인 것은 아니다”며 이같이 말하고, 대북정책은 북한이 거부하지 않고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되며 주변국들이 협조.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에 “덧붙여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핵 6자회담에서 ‘n분의 1’의 역할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으면, 또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이뤄질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논의에서 주역이 되고자 한다면, 정부는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킬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대승적 자세로 6.15공동선언 존중과 10.4선언 이후 합의사항의 이행의지를 밝히면서 남북관계를 원상회복시키는 게 실용주의적 선택이 될 것”인데 두 선언에 대한 이 대통령의 ‘존중’ 의사 표기가 “늦어도 광복절은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발표 자료에서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140여일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다며 “새 정부 출범기의 남북관계 경색은 습관성”이므로 “정부는 원칙을 유지하고 경협과 교류협력은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비핵.개방.3000’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액션플랜(실행계획)’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대북 경협에 대해선 “기본원칙을 재정립하고, 대북 지원방식을 재고해 적어도 식량문제는 인도적 입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스자이델재단의 한스 체헷마이어 이사장은 기조연설에서 “비핵화 또는 미국과의 공조보다 남북한 간의 접근에 중점을 뒀던 기존 정부의 정책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새로운 대북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명확한 기준 및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우려할 사안은 아니다”며 “장기적으로 한국은 북한보다 훨씬 나은 카드를 갖고 있고 가장 중요한 지원국이므로 (북한이)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고 결국 동독이 서독을 경제협력 상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던 것과 같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