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개방·3000, ‘동유럽 체제붕괴’ 방식 모방”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논평원의 글’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대북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내달 3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앞둔 시점에서 “실용주의 따위로는 언제 가도 북남관계가 풀릴 수 없을 것”이라며 ‘논평원 글’ 명의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북한 노동당의 공식 입장을 정리해 밝힌 것으로 풀이돼 향후 북한의 대남정책에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남조선 당국의 반민족적인 실용주의를 단죄함’ 제목의 논평원 글을 통해 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북남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다루면서 실용주의를 적용하는 것은 범죄적 폭거”라며 실용주의 전반을 강한 톤으로 비난했다.

이 매체는 “한반도는 ‘실용의 시대’가 아니라 ‘이념의 시대’”라며 “오늘의 이러한 현실을 도외시한 채 실용주의를 말하는 것은 친미에 경도된 어처구니없는 요설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날 논평원 글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구상에 대한 비판에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매체는 “그 누구의 변화요, 인권이요 하면서 북남 사이의 사상과 이념, 체제대결을 악랄하게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남조선의 현 보수 집권세력은 ‘비핵·개방3000’이 동유럽의 체제변화와 붕괴를 유도하기 위해 미국이 써먹은 방식을 모방한 것이라는 데 대해 숨기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 ‘10·4남북정상선언’에 대한 재검토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강하게 힐난했다.

매체는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저들의 국익을 내세워 저울질하면서 북남 사이에 합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타산에 맞지 않으면 걷어치울 것이라고 공공연히 줴치고 있다”며 “북과 남이 합의한 10·4선언에 대해서도 국익에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행을 공공연히 중단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에서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것과 관련해선 “엄격한 상호주의를 떠들면서 북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기 전에는 북남관계를 전진시킬 수 없고 협력사업도 일방적인 퍼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떠벌리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북남관계의 기본원칙과 북남협력 사업의 숭고한 목적을 외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북 퍼주기 논란과 관련해 매체는 “퍼주기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가 할 말이 더 많다”며 “우리는 지난 시기 남측이 간청한 문제들을 대범하게 가능한 다 풀어줬고 남조선 인민과 기업가들을 위해 군사적으로 예민한 금강산지구와 개성지구까지 열어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형편이 어려워진 남조선 기업들에 대해서는 온갖 특혜와 특전을 다 제공해주면서 살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북지원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에 대해 생색을 낸 적이 없으며 그 어떤 부대조건을 내세운 적이 없다”며 “동족에 대한 인도주의 사업까지 주판알을 튕기며 정치적 부대조건과 대가를 내걸고 있는 것은 인간의 초보적인 도의마저 다 버린 냉혈한이고 돈밖에 모르는 인간 추물이라는 것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의 이 같은 비난은 최근 북한의 식량난에 따른 정부의 입장과 남한 내 논란에 대한 강한 반발로 풀이된다.

매체는 또 대북문제에서 통일부 축소와 외교통상부 강화,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관계 우선론 등을 가리키면서 “북남관계를 대외관계에 종속시켜 다루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상적인 대남 비방으로 해석,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비난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논평원의 글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수정을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더불어 남한 내 반대 여론을 확산시켜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데일리엔케이’와 통화에서 “북한이 남북관계의 불만을 토로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도적 지원은 따지지 말라는 것이고, 남북 교류협력도 지난 10년의 방식을 지속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먼저 지원의사를 밝히든지 아니면 대화재개를 요구하면 응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라며 “자신들은 양보하지 않을 테니 이명박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탈북자 출신의 한 대북전문가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구상을 북한은 체제를 포기하라는 것으로 해석한다”면서 “논평원의 글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그는 “친북 좌파세력들에게 ‘비핵·개방3000’구상에 대한 행동 강령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대남 심리전 차원의 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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