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개방 성공하려면 中의 ‘북한 딜레마’ 풀어줘야 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압박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다.

북한 선박 강남호 추적, 북 기업과 금융기관 및 관련 해외기업 제재, 북한인권특사 내정, 한반도 조기 경보기 및 항모 이동 배치, 분배 투명성 전제 식량지원 등등이 입체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북한 기업 ‘남촌강’은 농축 우라늄 핵 개발용 알루미늄 튜브를 수입한 회사다. 이란의 ‘홍콩일렉트로닉스’는 북한이 이란의 미사일 개발을 도와준 대가로 북한 금융기관에 달러를 주는 일을 ‘대행’한 회사로 알려져 왔다. 마치 북-이란간 정상적인 무역거래인 것처럼 위장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6월 30일 행정명령을 통해 두 기업을 제재했다. 이들 기업은 미국과 거래가 중단된다.

물론 두 기업이 당장 금전적인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회사는 앞으로 미국과 거래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미국 재무부와 정보기관들은 세계의 금융 흐름을 꿰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기업,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회사는 ‘신용’을 의심받을 수 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가의 ‘국제신용’은 더욱 중요해졌다. 앞으로 기업들은 북한 금융기관이나 기업과 거래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김정일 정권에 대한 돈줄죄기는 효과가 매우 크다. 김정일에게 ‘피부에 와닿는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다. 김정일의 돈줄 말리기(乾燥)는 ‘상응하는 대가’로 적절하다.

중요한 사실은 김정일에 대한 돈줄죄기가 북한 주민들에게는 고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 주민들은 김정일 정권이 불법 거래를 한다고 해서 이익을 볼 일도 없고, 국제사회가 김정일 정권의 돈줄을 죈다고 해서 손해 볼 일도 없다. 중국과 소규모 무역으로 먹고 사는 주민들은 합법적인 거래를 하면 된다. 보따리 장사들은 중국 위안화로 물건을 사서 팔면 된다. 물론 김정일 정권이 주민들에게 장사를 못하게 하지만, 이는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늘 있어온 일이다. 주민들이 괴로운 것은 김정일 정권 때문이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때문이 아니다.

2005년 9월부터 시작된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는 김정일 정권에게 적잖은 고통을 주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나중에 미 국무부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에게 “(금융제재로) 피가 마르는 듯했다”고 말했다. 이미 오래 된 이야기지만 공산주의자들은 “금융은 혁명의 혈액(피)”이라는 표현을 썼다. 원래 지주, 자본가는 공산주의 계급독재의 첫번째 대상이었다. 그러나 자산계급 중에서 혁명에 동조하는 이른바 ‘붉은 자본가’들은 혁명의 혈액 공급원으로 간주해주었다. 그래서 김계관이 “피가 마르는 듯했다”고 했는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김정일 정권이 당한 금융제재의 고통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다.

김정일 정권에 대한 유엔의 제재는 명분이 분명하다. 지금 김정일 정권은 2,300만 주민들이야 굶어죽든 말든 오로지 수령독재정권을 지키려는 ‘조폭단체’ 성격이 워낙 분명하다. 따라서 미국의 김정일 정권 돈줄죄기는 ‘조폭단체 자금줄 차단’이라는 표현이 사실에 더 부합한다.

앞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제재는 더 강화될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만약 국제사회의 대북 금융제재가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데 성공한다면, 앞으로 김정일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은 북한 내부의 달러와 금(金) 정도가 될 것이다. 김정일이 숨겨놓은 달러와 금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알기 어렵다. 때문에 앞으로 정보기관은 영국, 홍콩의 금 시장에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금괴의 유통과 금융결재 라인을 반드시 체크해서 유엔에 보고하고, 유엔제재위는 바로 각국에 제재 협조를 구해야 한다. 북한에서 금은 명목상 국가 소유, 실제는 김정일만 소유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산 금은 곧바로 김정일의 독재통치 자금이 된다. 이를 강력히 죄어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인권 특사에 로버트 킹 전 미 하원외교위원회 국장을 내정했다. 킹 내정자는 동유럽 공산주의 전문가다. ‘루마니아 공산당 역사’의 저자이며 북한인권법 입안 시 실무자로 참여했다고 한다. 킹 내정자가 동유럽 공산주의와 현재 김정일 조폭정권의 차이를 어느 정도로 정확히 구분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종합적으로 그의 경력이 북한인권 문제를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한반도 상공에 조기경보기를 띄워놓았다. 오키나와 인근 항공모함은 동해로 이동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버마)를 향해 남진하던 북한 선박 강남호는 항로를 바꿨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일 정권을 죄어 들어가면서, 한편으로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 남아있다. 중국의 협조문제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북 제재에 나서지 않으면 북핵 해결도 어렵고 유엔 안보리 결의도 허풍선이 되고 만다. 이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는 유엔안보리 1874호 결의 통과 후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 미셀 플루노이 국방부 차관, 필립 골드버그 대북제재조정관을 잇달아 중국에 파견하여 대북 제재 협조를 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는 반대하지만 김정일 정권을 반대하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김정일 정권을 압박하는 방법이 아니라 외교적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 일 러가 찬성한 6자회담 내 5자협의에 대해서도 중국은 “6자회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중국의 외교노선이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어렵다. 비록 핵무기, 탈북자 문제 등으로 김정일이 중국을 골치 아프게 하지만, 문제가 곪아터질 때까지는 일단 현상유지를 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인 것 같다.

특히 중국은 6자회담을 크게 중시한다. 중국은 1949년 정권 수립후 지금까지 대형 국제회담의 주역이 된 적이 없다. 얄타, 포츠담, 모스크바 3상회담 등 20세기 현대사의 전환기적인 국제회담에 참여해본 적도 없다. 1953년 한국전쟁 정전회담에서도 업저버 자격으로 나왔다.

그런 점에서 2003년 시작된 6자회담은 중국 외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중국은 정권 수립후 처음으로 대형 국제회담의 주역(의장국)이 되었다. 더욱이 초강대국 미국과 라이벌인 일본, 러시아를 베이징에 불러다 놓고 주석(主席)이 되어 개최하는 회담이다. 중국은 6자회담을 통해 외교 분야에서 중국 외교력을 보여주고, 화평굴기(和平掘起)도 할 수 있다. 이같은 사실을 김정일이 이미 잘 알고 있다.

2003년 미-중-북의 3자회담에 이어 6자회담이 성립될 때 김정일은 중국을 의장국으로 밀어주고, 그 대신 중국의 외교적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면서,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의 우호적 입장까지 받아내면 6자회담을 중러남북 對 미일 구도, 즉 4대 2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6자회담의 이 4대 2 구도 때문에 결국 북핵문제 조기 해결이 물건너 갔고, 부시 행정부가 김정일 정권의 돈줄을 죄어들어가자 핵실험으로 나간 것이다. 김정일은 그동안 이와 같은 구도를 활용하여 핵실험까지 하면서 철저히 중국을 이용해왔다. 쉽게 말해 중국 입장에서 김정일은 ‘꽃뱀’ 비슷한 것이고, 중국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6자회담이 파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물론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를 강력히 원한다. 현재 중국은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북한-미국-인도-파키스탄-러시아 등 핵강국 및 핵소국으로 포위된 형태다. 여기에 만약 북한 핵을 빌미로 일본. 한국이 핵개발을 하겠다고 나서면 중국은 정말 골치아파진다. 따라서 중국은 북핵을 없애는 것이 가장 좋고, 적어도 현상태 유지는 해야 한다. 중국으로서는 북핵을 없애야 하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청산하기는 어려운 현실, 이것이 지금 중국이 처한 딜레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이 중국을 직접 압박한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그렇게 해봐야 실익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이 벌이는 강대국끼리의 보이지 않는 경쟁관계를 잘 활용하면서, 한편으로 중국의 ‘북한 딜레마’를 풀어주는 방향으로, 한편으로 미 일 러로 하여금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방법으로 가는 것이 현명하다.

예를 들면, 6자회담 내 5자협의 설치를 중국이 계속 반대한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6년간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을 계속 맡아왔지만 북핵 문제는 더 어려워졌다. 따라서 6자회담 의장국을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해보자”는 제의를 일본, 러시아로 하여금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같은 제의는 일본과 러시아는 대환영일 것이고, 중국은 외교분야에서 뼈아픈 실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순번제가 되면 한국도 의장국으로서, (사실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주무국은 북핵에 가장 직접적이고 큰 피해를 보게되는 한국이 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또,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와 언론들은 “김정일의 핵 장난에 우리만 피해 볼 수 없으니, 우리 스스로 핵무기 개발을 포함한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할 필요가 있다. 국익에 직접 결부된 사안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주장을 시민단체와 언론, 학계에서 하는 것이 전형적인 ‘민관 협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외교에서의 ‘도광양회(韜光養晦 몸을 낮추고 실력을 기른다)’ 노선에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중시하는 ‘대국 외교’로 점차 이동 중이다. 이미 자원 및 경제 외교에서는 미국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對아프리카 자원외교에서, 적어도 숫자로는 중국에 우호적인 나라들이 미국보다 많다. 따라서 북핵 폐기 및 북한 개방화에 더 적극적인 대국외교 노선으로 갈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문제에서 크게 두 가지 딜레마를 안고 있다.

첫째, 북한이 붕괴되어 대규모 난민이 유입되고 본의 아니게 중국이 북한 주민들을 억지로 떠안아 먹여살리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중국 동북지방의 안정성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일 정권과의 관계 청산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중국의 對미국 전략에서 북한의 현상태 유지가 충격완화지대로서 더 유효하다는 판단이 있다. 중국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는 북한이 붕괴되어 한미연합군이 압록강까지 치고 올라오는 것이다. 압록강 건너에 심양과 북경을 겨냥한 미군의 미사일 기지가 있는 장면을 한번 상상해보면 중국의 딜레마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은 이 두 가지 ‘북한 딜레마’에 대해 중국 지도부에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이 붕괴되어도 2300만 주민들은 유엔과 주변국의 지원을 받아 한국이 먹여 살린다.

둘째, 북한에 개혁개방 정부가 들어서는 조건에서 한미연합군이 북한 지역에 진주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를 한미 합동으로 중국에게 확신을 주지 않는 상태에서는 가뜩이나 무거운 중국의 엉덩이를 움직이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이 같은 북한 미래에 대한 대체적인 윤곽을 서로가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갑자기 붕괴되면 한미-중국 간 잘못된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미 한국 내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먹으려 한다는 식의 수준 낮은 주장도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 상태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북한에 개혁개방 정부를 수립하여, 핵무기를 폐기하고 경찰력 포함 북한의 무장력을 국경 수비 및 치안 유지를 할 수 있는 수준(10만 명 정도)으로 대폭 낮추며, 10~15년 정도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남북통합으로 가는 구체적인 과정을 정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같은 조건이 되면 1991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내용이 현실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행보가 좋은 편이다. 이명박 정부의 한미정상선언과 대북 스탠스도 좋다. 지금부터 한미일중러는 핵폐기 및 북한을 개방으로 몰아가는 ‘강제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북한을 개방화로 ‘털어넣는’ 전략이 필요하며, 이 플랜을 한국정부가 짜서 관련국과 합의하는 과정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압박 행보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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