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개방 남북정상회담’, 對北 선제제의가 좋다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한 뒷이야기가 계속 오르내린다.


21일 조간신문들은  지난10월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이 싱가포르에서 비밀회동을 갖고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키로 했으나,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등에 합의를 이루지 못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남측은 정상회담 서울개최를 고집하지 않는 대신 북측에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을 요구했고, 북측은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 대규모 식량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막판에 북측의 반대로 무산되었다는 것이다.


이어 남측 통일부와 북 통전부는 11월 7일, 14일 개성에서 비밀접촉을 했지만 정상회담 이후 남측을 방문할 국군포로와 납북자 수 및 그에 대한 경제적 대가 등을 놓고 논쟁을 벌이다 협상이 ‘일단’ 결렬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남북정상회담 추진 건’이 완전히 죽진 않았다는 이야기다.


또 이번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서도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모양이다. 동아일보는 “통일부가 북측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 욕심을 내다 임 장관이 이룬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평가와, 대북 협상 경험이 거의 없는 임 장관이 애초부터 안 될 일에 매달렸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는 소식통의 언급을 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한 뒷이야기는 이미 여러번 나왔다.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차 내려온 김양건 통전부장 일행이 다녀간 뒤에도 곧바로 정상회담 추진 뒷말이 나왔고, 그전에도 북한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정부는 여러 조건과 국익, 국민여론을 종합하여 필요하면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왔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자세는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임태희 노동장관의 비선(秘線) 추진을 비난하기도 하는데, 남북관계의 특수성, 정확하게는 북한의 특수성 때문에 비선 추진을 무조건 비판하긴 어렵다. 우리는 제도적으로 투명하게 하고 싶어도 북한이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부분은 부차적이다. 중요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에 걸맞는 의제가 논의되어 현실적으로 실천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남북정상회담이 갖는 ‘역사성’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남북정상회담의 격(格)에 맞는 의제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핵을 폐기하고, 북한 2300만 주민들을 앞으로 어떻게 먹여살릴 것인지를 근본부터 논의해서 남북간에 실천에 옮기도록 하는 것이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비핵개방’이다.


물론 ‘비핵 개방’을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노동신문이 “핵문제에 남조선은 끼어들지 말라”고 자꾸 떠드는 것이다. 김정일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설사 본격적인 논의를 한다해도 ‘비핵’은 미국과, ‘개방’은 중국과 하려고 할 것이다. 김정일은 한국, 일본은 돈과 식량을 지원하는 역할로 막아두어야, 계속 미국의 ‘하부구조’로서 한국-일본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이 거부한다고 해서, 또 비핵 개방을 앞세우면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해서, 절충주의, 봉합주의로 나가면 ‘진짜로’ 한국은 북한의 대외전략에서 미-중의 하부구조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남북관계에서 ‘관례’가 되고되면 정말 바로잡기 힘든다는 사실은, 지난 10년 북한에 계속 지원하고도 뒷통수를 맞아온 ‘관례’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비핵개방을 줄기차게 의제화하여 남북관계의 ‘관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계속 비핵개방 이슈를 남북관계의 주의제로 다뤄야 하는 것이다. 만약 비핵 개방에 조금이라도 진전이 안 되는 정상회담이라면 안하는 것이 ‘실용적’이고,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는 통일부 장관이 언급한 바대로 북한에 대가를 주고 데려오는 서독식 ‘프라이카우프’ 방식으로 진행해도 좋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은 그것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마음 먹는 순간부터 절충과 봉합에 경도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의 남북정상회담 추진 배경이 대체로 그랬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하진 않겠다고 했다. 


따라서 오히려 비핵개방과 관련하여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에 계속 먼저 제의하는 것이 좋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먼저 제의해오면 거기에 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또 ‘북핵문제는 어차피 6자회담 의제다’는 식의 피동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제대로 전략을 세워서 북한을 비핵개방의 틀 안으로 조금씩이라도 밀어넣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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