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북송 5년

“다섯 해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는 고목’, ‘숨쉬는 화석’으로 불리던 비전향장기수들이 오늘은 생의 활력을 되찾고 백발청춘을 자랑하며 혁명의 길을 계속 걷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31일 63명의 비전향장기수들이 2000년 9월2일 휴전선을 넘어 북한으로 송환된 지 5년을 맞아 이들의 생활을 이렇게 표현했다.

북한의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6월 6.15 공동선언 발표 5주년을 맞아 ‘10대 사변’을 꼽으면서 김정일 열풍, 선군정치, 전민족적인 통일회합, 철도.도로 연결, 각 부문의 대화와 협력 등과 함께 비전향장기수 북송을 거론했다.

북한은 평균 31년, 최장 43년이라는 복역기록을 가진 이들에게 최상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 63명 전원에게 ‘조국통일상’과 노동당 당원증을 수여했으며 대형 아파트를 비롯해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약재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행사 참석이나 주민들과의 상봉모임, 명승지 참관 등 나름대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북한에 가족이 있는 사람은 평양시 중구역에, 그리고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평천구역 안산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송된 63명의 비전향장기수 가운데 지난 5년 동안 모두 5명이 사망해 현재는 58명이 생존해 있다.

북송 8개월만인 2001년 4월30일 리종환씨가 간암으로 사망한 데 이어 ▲윤용기(2001.6.13) ▲신인영(2002.1.7) ▲김종호(2003.11.21) ▲강동근(2004.2.12) 씨가 세상을 떴다.

뒤늦게 단란한 가정을 꾸려 노년의 인생을 달콤하게 보내는 사람도 8명에 이른다.

함세환(74)씨를 비롯, 김선명(81), 리재룡(62), 전 진(83), 리세균(85), 류운형(82), 한장호(83), 고광인(71)씨 등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리재룡씨와 함세환씨는 각각 딸을 얻어 ‘손녀뻘 되는 딸’의 재롱에 푹 빠져있다.

2000년 말 김금순씨와 결혼한 리재룡씨는 2002년 6월 딸을 얻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아기의 이름을 ‘축복’이라고 합시다”라고 해 딸 이름을 ‘축복’이로 지었다. 칠순을 넘긴 함세환씨도 2003년 3월 딸을 얻었다.

비전향장기수 가운데에는 박사 학위를 취득하거나 예술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중종(80)씨는 2003년 8월 한자 이름으로 된 우리나라의 인명과 지명, 관직명 등을 ‘조선말’로 표기하는 방안을 연구한 논문 ‘역사의 이끼를 벗겨 본 옛 우리 이름말’로 언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 최하종.최선묵.안영기.김은환.량정호씨는 서예작품전을, 리경찬씨는 미술작품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북한은 이들 비전향장기수를 소재로 60여편이 넘는 문예물을 창작하기도 했다.

한편 1993년 3월19일 우리 정부의 인도주의적 조치에 의해 ‘장기방북’ 형식으로 처음으로 북한에 돌아간 비전향장기수 리인모(88)씨도 생존해 있다.

리 노인의 외손자로 김일성종합대학에 재학 중인 오승철씨는 지난 3월 리 씨의 북송 12돌을 맞아 평양방송에 출연, “할아버지는 12년 세월 건강한 몸으로 통일을 위해 살고 계신다”고 말했다.

리 노인의 외동딸 현옥씨는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발표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에 북측 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한 바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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