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호’ 탈북자들, 지원요구 농성

“천신만고 끝에 자유를 찾아왔지만 탈북한지 10년이 넘었다는 이유로 ‘떠돌이 탈북자’가 됐습니다. 우리는 한국 사람 아닌가요?”

10여년 전 탈북했다가 1~2년 전 남한 땅을 밟은 탈북 여성 3명이 지난 22일부터 통일부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선녀(41), 채옥의(39), 이성해(34)씨가 그들이다.

박 씨와 이 씨는 1995년, 채 씨는 1990년 각각 탈북해 중국에서 10년 넘게 살다 박 씨와 채 씨는 2006년, 이 씨는 지난해 입국했다.

통상 탈북자가 입국하면 국가정보원 산하기관에서 보름간 조사를 받은 뒤 남한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각종 교육을 하는 ‘하나원’에서 두달여 교육받고 사회로 나온다.

그러나 박, 이씨는 조사를 받은 뒤 하나원에 가지 못했다. 채씨는 하나원에서 한달 넘게 교육받았지만 퇴소를 앞두고 ‘보호대상’ 탈북자가 아닌데 ‘오류’로 하나원에 입소한 사실이 확인돼 퇴원 조치됐다.

이들이 하나원에 가지 못한 것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법’상 정부의 지원을 받는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

보호 대상자는 법정기구인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통일부가 결정하는데, 박 씨 등은 협의회 심의에서 ‘보호 대상이 아니다’는 결정을 받았다.

보호 대상이 되면 월 최저 임금의 200배 범위 안에서 지원되는 지원금 등 정착지원금과 85㎡)(25.7평) 이하의 주택 임대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법 9조 4항(보호결정의 기준)에는 탈북자의 보호 여부를 결정할 때 ‘체류국에서 10년 이상 생활 근거지를 두고 있는 자’는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박씨 등 3인은 중국에서 10년 넘게 생활했기 때문에 ‘비보호’ 탈북자가 된 것.

이 조항은 당초 제3국 체류기간을 ‘상당한’ 기간이라고 규정했던 것을 지난해 1월 개정 때 10년으로 못박았다.

하지만 법에는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돼 있어 중국 체류 ’10년 이상’이라고 해도 보호 대상으로 결정되는 사례도 많다.

박씨 등은 현재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비보호 탈북자가 약 20명이라고 주장했다.

전승호 통일부 정착지원과장은 27일 “안타깝지만, 법에 근거해 구제 방안을 생각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방법이 없다”며 “중국에서 10년 넘게 생활했음에도 보호 대상이 된 사례도 많아 무조건 법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올 의지가 있었다면 왜 한국행을 시도하지 않고 중국에서 오래 살았는지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탈북한지 10년이 넘어도 여러 번 거주지를 옮기며 도망다닌 사람은 보호 대상이 된다”고 말하고 그러나 “박씨 등은 사실상 중국이 생활근거지였다고 간주하는 게 타당하다고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가)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비보호 탈북자들을 돕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중국에서 붙잡히면 바로 북송되는 상황에서 공안을 피해 도망다니다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것”이라며 “탈북자에게 어떻게 중국이 생활근거지인가”라고 반문했다.

비보호 탈북자 채씨는 “현재 중국에는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을 떠난 탈북자들이 10만명 이상 있는데, 이들이 대거 남한으로 올 것을 염려한 정부가 이상한 법을 내세워 탈북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씨 등의 경우 현행법상 당장 뾰족한 구제방안을 찾기는 힘든 상황이다.

재신청을 할 수 있지만 ‘새로운 사실 관계자료나 증거자료가 있는 때’로 한정돼 이들에게는 해당하지 않으며,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치권에서는 자유선진당이 지난 11일 정책성명을 내고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었으며, 일부 다른 의원실도 법 개정의 추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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