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해제 자료로 본 북-중 수교과정

중국 외교부가 건국 초기의 외교관계 수립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비밀문건을 모아 펴낸 ‘비밀해제 외교문헌(解密外交文獻)’은 지난 2004년 1월에 이어 두번째로 공개한 자료들 가운데 일부다.

이 자료집의 북한 관련 부분은 양국이 외교부장 간의 신속한 공식 전문(電文) 교환을 통해 신중국 성립 6일만에 전격적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100여일만에 초대 중국주재 북한대사가 부임해 신임장 제정 등 외교활동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및 외교관계 수립 요청 =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은 1949년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에 이어 주더(朱德).류사오치(劉少奇).쑹칭링(宋慶齡).리지선(李濟深).장란(張瀾).가오강(高崗) 등을 부주석으로 한 정부 수립을 공포한다.

중앙인민정부 정무원 총리를 겸하고 있던 저우언라이(周恩來) 외교부장은 이날 중국은 세계 각국과 정상적인 외교관계 수립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여러 나라 정부에 발송한다.

◇ 북-중 외교관계 수립 = 북한은 10월4일 박헌영(朴憲永) 외무상 명의로 “양국 인민이 우호를 돈독히 하고 번영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중화인민공화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대사를 교환하기로 결정했다”는 전문을 저우언라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보낸다.

이에 대해 중국은 10월6일 저우언라이 외교부장 명의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즉각적인 외교관계 수립과 상호 대사 파견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답신 전문을 박헌영 북한 외무상에게 보냄으로써 이날자로 양국 간의 외교관계가 정식으로 수립된다.

◇ 주중 북한대사 부임 = 북한은 해가 바뀐 1950년 1월 초대 주중 특명정권대사로 리주연(李周淵)을 임명하고, 리 대사는 1월17일자로 작성한 김두봉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명의의 신임장을 갖고 베이징에 도착, 1월23일 리커눙(李克農)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예방한다.

리 대사는 리 부부장에게 “마오쩌둥 주석이 현재 베이징에 있지 않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류사오치 부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표시하고 신임장 사본, 본인의 축사, 신임장 제정식 북측 참석자 명단을 넘겨준다.

1시간30분에 걸친 면담에서 리 대사는 대사관이 입주할 건물 문제를 해결하는데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리 부부장은 베이징의 어려운 주택사정을 설명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북한 대사관 건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다.

◇ 신임장 제정 = 류사오치 부주석이 “신임장 제정식은 1월28일(토) 오후 4시30분 근정전(勤政殿)에서” 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중국 외교부 판공청은 왕줘루(王倬如) 교제처장 주관 아래 세세한 신임장 제정식 순서와 의전절차 등을 마련, 1월26일 북한측에 통보한다.

28일의 신임장 제정식에는 북한측에서 리 대사 외에 최일(崔一) 일반참사, 최영(崔英) 문화참사, 김국보(金國輔) 무역참사, 강석규(姜錫桂) 1등서기, 심영붕(沈榮鵬).주진구(朱鎭球) 2등서기, 이재진(李在珍) 3등서기 등 11명이 참석한다.

중국측에서는 류사오치 부주석과 리커눙 외교부 부부장, 중앙인민정부 비서장, 총참모장대리, 외교부 판공청 주임.부주임.교제처장.교제처 부처장, 중앙인민정부 전례국장 등이 참석하지만 이 자료집에는 성명까지 명시하지는 않았다.

신임장 제정에 앞서 리 대사는 축사를 통해, “두 나라의 외교관계 수립은 앞으로 양국의 정치.경제.문화 관계 발전을 더욱 공고하게 하는데 유리하며 동방의 피압박 인민들이 민족의 자유와 평화를 쟁취하고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해방투쟁을 하는데 거대한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류사오치 부주석은 답사에서 “중.조 양국의 정식 외교관계 수립은 양국의 향후 발전에 커다란 이익이 될 것”이라면서 “두 나라의 친선을 더욱 공고하게 하고 발전시키는데 많이 협조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한다.

◇ 북한대사 중국 정부 고위관계자 예방 = 신임장 제정을 마친 리 대사는 1월31일 리지선.주더.장란 부주석을 각각 예방하고 다음날인 2월1일에는 황옌페이(黃炎培).궈모뤄(郭沫若) 부총리를 방문해 부임인사를 한다.

이어 4일에는 녜룽전(攝<손수변 없음>榮臻) 베이징시장과 장여우위(張友漁) 부시장도 예방한다.

◇ 북한주재 중국대사 부임 = 중국은 한 동안 북한주재 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임시대리대사로 대사관을 꾸려가다 한국전쟁이 터진 후인 1950년 8월 니즈량(倪志亮) 을 초대 북한주재 특명대사로 임명한다.

니 대사는 마오쩌둥 주석이 서명하고 저우언라이 외교부장이 부서한 신임장을 8월13일 김두봉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제정함으로써 양국은 동등한 외교채널을 갖추게 된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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