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방역을 내세워 평안북도 신의주 국경 지역에 비둘기와 고양이를 잡아 없애라는 지시를 내려 퇴치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지난해 전염병(코로나19) 방역 조치로 국경을 오가는 날짐승과 들짐승들을 모두 없애라는 포고가 떨어졌는데 12월에는 신의주 국경군대들과 주민들에게 비둘기, 고양이를 말살하라는 포고가 또다시 내려져 다 잡아 없애는 작업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해 8월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한 국경봉쇄 작전과 관련해 ‘국경봉쇄선 1~2km 계선에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이곳에 비조직적으로 접근한 인원과 짐승에 대해서는 무조건 사격한다’는 내용의 사회안전성 명의 포고문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실제 국경 지역에서는 중국 쪽에서 날아오는 새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사례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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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은 “비둘기는 우리나라든 중국이든 먹을 것을 찾아 이곳저곳 날아다니면서 비루스(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으니 보이면 없애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 당국은 고양이에 대해서는 다소 황당한 논리를 내세워 퇴치를 지시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쥐는 사람이 버린 음식을 먹어 바이러스에 옮는데, 그렇게 중국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가 압록강을 넘어와 국내에 있는 고양이들에게 잡아 먹히면 이 고양이가 감염돼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으니 고양이를 전부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신의주 국경 지역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집에서 반려동물로 기르던 고양이는 물론이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들고양이까지 모두 포획해 퇴치하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르던 반려동물에게서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타나는 사례들은 간혹 나오고 있지만, 반대로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를 옮긴 사례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확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단지 코로나19 유입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동물을 잡아 없애라는 당국의 지시에 주민들은 과도한 처사라고 비판하면서도 혹시라도 지시에 불응했다가 화를 입을까 하는 두려움에 별수 없이 비둘기와 고양이를 보이는 즉시 잡아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현재 신의주 국경 지역에는 비둘기와 고양이가 자취를 감춘 상태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주민사회에는 이번 당국의 지시에 따른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생겨난 것으로 전해졌다. 들고양이들이 사라지자 쥐의 개체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천적인 고양이가 없어지니 오히려 쥐가 늘어나는 것 아니겠냐” “비루스 잡자고 애꿎은 고양이만 죽였다” “제대로 된 방역 정책인지 모르겠다”는 등의 뒷말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현재로서는 쥐가 폭증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고 전보다 많이 보이는 정도”라며 “사람에게 피해를 줄 만큼 쥐의 수가 더 늘어날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