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가 16일(현지시간) 이틀간의 회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15~16일 이틀간 열린 이번 NAM 정상회의는 ▲반(反)테러 ▲국제사회의 안보 증진 및 군비축소 노력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영토문제 ▲쿠바 경제봉쇄 종식 ▲온두라스 군사쿠테타 반대 등의 내용을 담은 ‘샤름 엘-셰이크’ 선언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번 NAM 정상회의 선언문에는 북한이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줄곧 북한의 입장이 반영돼 왔던 이른바 ‘한반도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NAM 회의에서 ‘한반도 조항’이 빠진 것은 34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회의에서 ‘한반도 조항’이 빠진 것과 관련, ‘게스트’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박인국 주(駐) 유엔대사는 “한반도 조항에는 그동안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 여과 없이 포함됐었다”며 “이번 회의를 준비하는 각료회의에서 북한은 한반도 조항 중 6자회담 관련 내용을 삭제하려 했으나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저지됐고, 결국 조항 전문이 34년 만에 처음으로 합의문에서 빠지게 됐다”고 의미를 밝혔다.
박 대사는 “이런 결과는 북한이 외교 선전장으로 활용해왔던 비동맹 회의에서조차 소외되고 있고, 나아가 국제사회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받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반영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회의에 참석했던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 15일 “미국이 적대적 행동들로 상황을 심각한 대치로 몰아넣고 있다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군축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6자 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강변한 바 있다.
그는 “주권과 평등에 대한 존중 원칙이 부정되는 곳에서는 대화가 있을 수 없고 협상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부는 핵 억지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결정적인 조치들을 취할 수밖에 없다”며 “NAM 회원국들이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대해 편협하지 않고 건설적인 입장을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혀 이번 회의에서 북한 입장이 반영되길 희망했다.
한편, 비동맹회의는 이집트와 인도, 유고슬라비아 등이 주도해 1955년 결성됐으며, 북한은 1975년 가입해 정회원 자격으로, 한국은 1997년부터 게스트 자격으로 비동맹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폐막식에서 회원국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을 차기 비동맹회의 의장으로 선출했으며, 오는 2012년 열릴 예정인 제16차 비동맹회의는 이란에서 열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