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맹선언’ 남측입장 반영..평가 엇갈려

남북간 외교전으로 관심을 끌었던 제15차 비동맹운동(NAM) 장관급회의에서 남측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최종문서(Final Document.합의문)가 채택됐다.

이란 테헤란에서 27∼30일 열린 이번 회의의 최종문서에는 `각료들은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그리고 과거 모든 남북 공동성명 및 합의서에 명시된 것과 같이 한반도 통일을 위한 한국인들의 노력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고 명시됐다.

북한이 ‘10.4정상선언 지지’를 최종문서에 명시해 10.4정상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국제여론 확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자 우리 정부는 10.4선언 뿐 아니라 남북기본합의서 등 다른 남북간 합의들도 함께 이행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북핵 합의문서도 최종문서에 반영될 수 있도록 참가국들을 설득해왔다.

이번 최종문서 채택에 대해 어려운 여건에서 우리 정부가 남측의 입장을 반영한 것은 나름의 성과라는 긍정적 평가와 국제무대에서 남북이 ‘힘겨루기’를 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므로 최종문서 내용은 큰 의미가 없다는 엇갈린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쿠바가 의장국이고 북한과 돈독한 비동맹 국가들 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뜻이 이 정도로 반영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며 “모든 남북간 합의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설득한 접근방식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전통적으로 NAM에서 영향력이 있고 118개 정식 회원국 중 하나인 북한과는 달리 한국은 개ㆍ폐회식만 참관할 수 있는 `게스트 국가’여서 이번 `외교전’에서 불리한 입장이라는 관측이 있던 터라 더욱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번에 채택된 문서에는 우리 입장이 잘 반영돼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0.4선언 등을 놓고 국제무대에서 ‘외교전’을 벌이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고 소모적이기 때문에 이번 문서에 우리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백진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국 입장에서는 (남북간 합의서들 사이의) 뉘앙스 차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한 것이고 (문서 내용을 두고) 잘했다 못했다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나온 것을 가지고 설왕설래를 하는 것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라며 “이 합의들을 존중한다면 민감하게 외교전을 벌일 이유가 없는 것이고 이 합의들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면 왜 문제가 많은지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북한이 절대시하는 6.15, 10.4선언에 대해 계승한다고도, 부정한다고도 하지 않는 대신 `남북간 합의 중 이행되지 못한 것들이 많으니 기존 모든 합의들을 다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이행방안을 협의하자’는 입장이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남북경협을 북핵 진전과 연계한 정부의 정책기조상 10.4선언에 담긴 전방위적 경협사업들을 그대로 이행하기 힘든 것은 물론 두 선언의 일부 내용이 여당과 핵심 지지층이 대체로 갖고 있는 대북관 및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 충돌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영목 주(駐) 이란 대사는 30일 이번 최종문서와 관련, “10ㆍ4 공동선언을 빼는 것이 현 정부의 목표가 아니라는 점과 남북관계를 종합적으로 NAM 회원국이 이해하도록 하는데 집중했다”며 “북한이 여러 합의와 선언을 이행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고 회원국들도 남측 입장이 일리가 있다고 보고 충분히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