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6자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긴장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교적 해결책으로 비공식 6자회담이 적극 추진되고 있어 그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8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회동, 비공식 6자회담 개최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힐 차관보는 이날 반 장관을 예방한 뒤 “비공식 6자회담이 개최되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양자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혀 6자회담 틀내에서라면 양자회담도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이 제안한 비공식 6자회담에 대해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모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미사일 문제의 원만한해법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은 물론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6자회담에도 중요한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주목받는 이유는 = 비공식 6자회담 카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6자회담때 북한이 금융제재 문제를 회담 테이블로 끌어들인 이후 회담이 중단되자 우리 정부는 제주도에서 비공식 회동을 갖는 방안을 낸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온적 입장을 보이면서 제안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번 시도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북한이 미사일까지 쏘아가며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는 현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현재의 상황을 비교적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이 금융제재를 해제하기 전에는 6자회담에 돌아갈 수 없다며 북미 양자대화를 통해 금융제재 문제부터 풀 것을 고집해온 반면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그 틀 안에서 양자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비공식’ 6자회담은 북한 입장에서는 사실상 6자회담에 복귀하고 미국에는 북한과의 양자회담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양측의 입장을 절묘하게 절충하는 ‘묘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비공식 6자회담도 6자회담인 만큼 그 틀안에서 북한과 만날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고 북한 입장에서도 ‘비공식’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만큼 금융제재와 회담 복귀의 연계를 풀지 않고도 미국과 대화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질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비공식 6자회담이 열리면 협의내용은 공식 회담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6자회담에 나올 수 없다고 하니 비공식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비공식 6자회담 개최시 가장 큰 의제는 공식 6자회담 재개 방안이 될것이지만 비공식 회담에서도 공식회담에서 논의할 모든 사항이 각국 동의하에 논의될 수 있기 때문에 공식과 비공식 회담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성사 가능성은 = 결국 북한이 비공식 회담을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중국이 각국 대사들을 불러 비공식 6자회담을 제안한 시점은 지난달 28일.

북한은 현재까지 참여 여부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비공식 6자회담이 제안된 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이달 5일 미사일을 발사, 회담 재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참여 여부에 대한 북한의 의중을 점치기는 쉽지 않지만 몇몇 정황을 보면 북한이 ‘비공식회담도 6자회담’이라는 논리 아래 ‘선(先) 금융제재 해제 후(後) 회담복귀’ 방침을 내세우며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7일(현지시간) “미국이 BDA의 동결자금을 풀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래된 ‘레퍼토리’를 반복한 것도 비관론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비공식 회담이 열리면 공식 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하는데 북한이 BDA 연계 문제를 쉽게 풀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다만 비공식 6자회담에 나올 경우 북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힐 차관보의 발언에서 보이는 미국의 적극성이 북한의 판단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존재한다.

어쨌든 북한이 끝내 비공식 6자회담을 거부할 경우 북한을 뺀 5자회담을 갖는 방안이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어 비공식 6자회담이 불발로 돌아가면 상황은 더욱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을 뺀 5자회담은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수 있는데다 북한이 자국에 대한 또 하나의 압력으로 느낄 소지가 다분해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원심력을 키우게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비공식 6자회담의 성사 여부는 11일로 예정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평양방문과 같은 날 부산에서 개막하는 남북 장관급회담을 계기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거듭된 권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대북 영향력이 시험대에 오른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낼 수 있을지,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전할 대북 메시지가 북한에 통할 지 주목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