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커밍스 “김정일이 부시 이겼다”

미국 내 최고의 한반도 전문가로 꼽히는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커밍스 교수는 미국 노틸러스연구소 온라인 정책포럼에 게재한 “김정일 부시와 맞서 이기다(Kim Jeong Il confronts Bush – and wins)”라는 19일자 기고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이 지난해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미국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며,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핵협상에 나선 것은 이란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했다.

커밍스 교수는 또 부시 행정부가 2002년 9월 ‘악의 축’ 국가들에 대한 선제공격 독트린을 천명하자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보좌관들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공격할 경우 한미동맹은 파기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북한의 우라늄농축 핵프로그램은 이라크 전쟁의 빌미가 된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정보처럼 과장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 김정일, 부시와의 대결서 승리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관계정상화 논의를 급진전시켰던 빌 클린턴 행정부로부터 대북정책을 넘겨받았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전면 거부하며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도 고집스런 정책을 펼쳤다.

부시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나쁜 행동은 보상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딕 체니 부통령도 “우리는 악마와는 협상하지 않고 물리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미사일과 핵실험을 잇따라 강행한 이후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 2.13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관계정상화를 넘볼 수 있는 클린턴 행정부 말기 수준으로 호전됐다.

이로써 북한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및 대규모 지원을 받는다는 오랜 숙원을 성취하게 됐다.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이 같은 제안을 거부하고 비웃어왔지만 결국 김정일이 이긴 셈이다.

◇ 부시, 북핵협상 결단은 이란 때문

부시가 왜 북한과의 타협을 결심했는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이란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백악관은 이란이 더욱 큰 위협이라고 규정했고, 북핵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 이란에도 핵협상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만일 부시가 이란을 무력 공격하기로 결정한다면, 북한은 중립적이거나 문젯거리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음직 하다.

◇ 북한 핵실험은 중국 겨냥한 것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미 1992년 북한이 1-2개의 핵폭탄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후 북한은 이스라엘처럼 핵무기 보유를 시인도 긍정도 하지 않는 ‘모호성’ 정책을 견지함으로써 입지를 강화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얻을게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핵실험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이 지난해 7월 미사일 시험을 강행하자 9월에 대북 석유 수출을 끊었다. 북한은 결코 위협에 굴하지 않는다는 걸 중국에 보여주려 했을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 이후 2년간은 제재에 시달릴 것을 각오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후 차기 미국 대통령과는 협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북한의 전략이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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