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해지는 `제주도 6자회동’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둘러싼 북미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우리측의 제안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북핵 6자회담 참가국 수석대표간의 제주도 회동 성사 여부가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부는 제5차 2단계 6자회담의 내년 1월중순 개최를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19일께 참가국 수석대표와 대표단 관계자 일부가 제주에서 비공개 회동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나 11일 현재까지 개최 여부가 확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관련 일정으로 출장 중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은 제주도 회동의 성사를 위해 참가국들과 조율하고 있으나 상황은 그다지 밝지 않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송 차관보가 13∼14일께 귀국하면 회동 성사 여부에 대해 정리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제주도 회동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다.

정부는 북한이 빠진 상황에서 회동을 갖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아래 북한의 참여를 회동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 만큼 회동 성사 여부는 북한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 회동과 관련, 미국을 비롯한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전해지지는 않았으나 편하게 만나 대화하자는 취지에 반대하는 움직임은 없다.

우선 미국과의 금융제재 문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의 ‘범죄정권’ 발언, 서울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대회 등으로 심기가 극도로 불편해진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려 할 지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0일 미국이 금융제재의 근거로 제시한 북한의 불법활동 자료는 날조된 것이고, 6자회담의 재개와 진전 여부는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6자회담과 금융제재를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한 북한이기에 미국과 금융제재 관련 논의에 획기적 진전이 없는 한 아무리 비공식 회동이라 할지라도 6자회담 틀안에서의 만남인 만큼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많아 보인다.

그러나 6자회담의 틀을 북핵을 넘어선 전반적 외교통로로 사용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6자회담의 파국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도 있고 보면 북측이 제주도 회동에 전격적으로 응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제주도 회동이 성사되면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만날 수 있다는 점, 북한 입장에서 회담 당사국에게 금융제재 문제 등에 대한 자국 입장을 설명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오히려 회동을 활용하려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이번 주에 가능한 외교채널을 총동원하고, 13∼16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17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도 북측 관계자들을 상대로 회동 참여를 적극 설득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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