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이 하겠다” “북한은 정말 인류의 문제”라며 연일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군사적 옵션도 선택지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언급은 이제 일상적인 말이 돼가고 있다. 북한은 북한대로 추가 도발 의지를 다지고 있다. 김일성 생일(4·15)과 인민군 창건 기념일(4·25)이 들어있는 4월 중에 추가 핵실험과 전략적 수준의 미사일 발사가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도 균형 유지
미․중․일․러 4대 강국 사이에 위치해있고 북한이라는 기이한 형태의 나라가 자리 잡고 있는 한반도는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정세 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중견국가라고는 하나 주변국이 너무 세기 때문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지역의 정세를 이끌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런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도 한반도는 지금까지 그런대로 균형을 유지해왔다.
북한이 핵, 미사일 개발을 계속해왔지만 지금까지는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북한 미사일이 미국까지 날아갈 리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적절한 수준의 도발을 하며 불량국가 역할을 하는 북한이라는 존재가 미국 내부적으로는 군사력 증강의 명분을 제공하는 측면도 있었다.
중국도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우려한다면서도 북한이 가지는 전략적 위치를 십분 활용해왔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전략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이라는 존재는 중국에게 버릴 수 없는 카드였던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북한의 도발이 우려스럽지만, 북한이 현상 유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통일이 우리의 궁극적 목표이긴 하지만 그것은 먼 훗날의 얘기고, 북한의 긴장 조성을 국내 정치적으로 적절히 활용하는 측면도 있었다.
한반도 정세가 마치, 봉우리 한 가운데에 큰 공이 불안정하게 놓여있는데 기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고 할까?
북한, ‘균형점’ 이탈하려고 해
그런데, 북한이 그 공을 봉우리 아래로 밀어내려 하고 있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해 정말로 미국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ICBM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아있지만 예전에 비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이 강하게 나오고 있는 것도 북한의 대미 위협이 이제 선언적 차원이 아닌 실제화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핵탄두 장착 미사일을 날려 보낼 수 있게 된다면, 봉우리에 위태롭게 놓여있던 공은 균형을 상실하고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
봉우리에 놓여있던 공이 아래로 굴러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공은 경사면을 타고 내려오면서 점차 속도를 높이며 격한 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내려오는 속도에 의해 다른 편 봉우리로 올라가기도 하고 반동으로 다시 원래 봉우리로 돌아가기도 하는 등 안정적인 위치를 찾을 때까지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요동치던 공이 어느 지점에서 다시 균형점을 찾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주변의 지형, 즉 국제정세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균형점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공이 균형점을 이탈하면 다시 균형점을 찾을 때까지 상당한 요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차기 정부, ‘한반도 안보위기 관리’ 최우선 과제될 것
북한은 미국을 때릴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북한의 도를 넘어선 도발은 한반도의 불안정한 균형점을 무너트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아직은 그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행보로 보면 조만간 그런 시기에 다다를 수도 있다.
그런 격변의 시기가 다가왔을 때, 우리가 한반도 분쟁을 방지하고 우리 내부의 안정을 유지하며 남북 통합의 길로 나아가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다음 달 출범하는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한반도 안보위기 관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