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위에 불법’…보안원, 압수한 南상품 버젓이 사용

북한에서 시장 단속을 책임지고 있는 보안원들이 압수한 한국 상품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 압수된 상품은 보안서 영치 창고에 보관되고 조사 이후 소각하거나 상부기관에 보내야 하지만 보안원들이 이를 어기고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북한 평양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불법 상품이라고 단속한 한국산 제품들이 보안서들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주민들에게는 ‘불법’이라고 단속한 한국 상품을 보안원들이 사용하는 것을 두고 주민들은 ‘불법 위에 불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지난해 중국여행을 갔다가 한국산 화장품과 전자제품, 커피 등을 가져다가 시장에 도매로 넘겨줬는데 전부 보안서에 압수 당했다”면서 “물건을 받은 장사꾼과 넘겨준 사람도 조사를 받아야 된다고 해서 보안서에 불려갔는데 보안원들이 압수한 한국커피를 타 마시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장마당들에서 팔고 있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 갔던 주민들을 통해 들여온 외국상품들이나 한국 상품들이 압수 되자, 주민들 속에서는 “보안원들이 자기들에게 이득이 가는 단속이기 때문에 검열을 더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들도 돌고 있다.

소식통은 “단속이라는 명목으로 보안원들의 이속 챙기기를 하는 것”이라면서 “회수한 화장품이나 한국 상품도 보안서 간부들이 다 착복하고 있는데, 보안원도 중국산보다 한국산이 몇 십 배로 좋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이속을 챙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일부 주민들은 ‘한국샴푸로 머리를 감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국샴푸 이외)다른 것을 쓰게 되지 않는다’면서 ‘간부들 집엔 한국산 제품이 더 많을 것’이라고 비웃기도 한다”고 말했다.

압수된 한국 상품에 대해 소식통은 “단속되는 사람들은 귀걸이나 목걸이를 파는 장사꾼, 화장품 장사꾼, 전기밥가마(쿠쿠밥솥) 등을 파는 장사꾼, 심지어는 한국산 한복을 파는 옷 장사꾼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주민들은 ‘지난해는 한국상품을 버젓이 매대에 놓고 판매했고 백화점에도 외국 화장품을 비롯해서 한국화장품도 있었는데 갑자기 단속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이랬다저랬다 하는 일들이 어디 한 두 번인가, 이러다 (통제가)풀리는 날이 있겠지’라는 기대로 보유하고 있는 한국산 상품들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시장에서의 한국산 상품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내부 소식통들은 한국상품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면서 전국의 모든 시장들에서 한국산 제품은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질이나 모양 등에서 우월한 한국 상품으로 인해 주민들이 남한에 대한 동경을 가질까 두려운 나머지 한국 상품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부에선 자본주의 것을 나쁘다고 선전해온 북한이 한국 상품을 통해 주민들의 자본주의 사상이 싹틀 것을 두려워 미리 차단하려는 것이라는 말도 한다”고 설명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