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능화 중단’ 北성명 전문가 분석

북한이 26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발표해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않는 것을 합의 위반이라고 비난하며 대응조치로 불능화 조치의 중단과 원상복구 고려 입장을 밝힌 것은 “미국을 압박하는 정도이지 판을 깨자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임기 내에 비핵화 2단계를 마무리하겠다는 부시 미 행정부의 의지가 강하고 테러지원국에서 빠지겠다는 북한의 의지도 강한 만큼 북미간 조정 가능성은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 미국이 북한에 검증 압박을 가한 데 대한 불만 표시로 보인다. 또 북한이 그동안 한미합동 군사연습과 관련해 비난 기조를 유지해 왔고,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한반도에서 핵전쟁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핵을 버릴 동기보다 핵을 지켜야 할 동기가 커졌다는 군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한반도 정세가 완화돼야 북한도 2단계를 마무리하고 3단계에 접어들 수 있는데,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긴장국면이 조성됨에 따라 핵을 포기할 동기가 약화됐다는 것이다.

임기 만료를 앞둔 조지 부시 미 행정부에 대해 북한의 핵 보유와 테러지원국 해제 중 양자택일 하라고 요구한 셈인데,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이번 성명은 미국을 압박하는 정도이지 판을 깨자는 의도는 아닌 것 같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말로써 위기국면을 조성했지만 테러지원국 해제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행동 대 행동 원칙에서 핵신고와 테러지원국 해제를 합의한 것인데, 지금 검증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북한의 불만이 쌓였던 것 같다. 따라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의 내용은 예상됐던 부분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입장에서 임기 내에 2단계를 마무리해야 할 필요가 있고 북한 역시 테러지원국 해제를 일궈내야 한다는 의지가 높은 만큼 검증방식 둘러싼 타협의 여지는 있다.

따라서 이번 성명은 최후통첩적인 성격도 있겠지만 북미간 조정을 촉구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검증방식을 둘러싸고 북한으로 공이 넘어갔다고 주장해 왔는데, 북한은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엄격히 이행하자는 입장에서 공을 다시 미국에 넘긴 것 같다. 본격적인 선거국면을 앞두고 미국의 결단을 촉구한 것 같다.

부시 행정부가 보수층의 여론을 의식할 경우 북미간 조정이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조정 가능성이 더 줄어들기 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개막에 맞춰 성명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 =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지 않은 것과 부시 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인권문제와 북핵문제를 연계시킨 것에 대한 불만에서 북한이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이 대외정책에 대한 평가를 받기 위해 미국내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을 전환했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압박을 가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대응은 미국 뿐 아니라 6자회담 참가국에 대한 간접적인 압박이기도 하다.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면서 당분간 관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불능화 조치를 한 시설에 대한 복구를 한다기보다 아직 불능화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진도를 늦추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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