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에 아이들 구했더니 김부자 초상화 방치했다고 보위부에 끌려다녀

2019년 3월 함경북도 온성군 살림집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지역의 살림집 모습. /사진=데일리NK

함경북도 온성군 4.25담배농장(창평농장) 사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어린이 3명이 화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당시 불길 속에서 아이들을 구한 한 어머니가 기막힌 사유로 보위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30일 전했다.

불이 난 4.25농장 사택은 한 동 두 세대(1주택 두 집 살림) 주택이다. 부모가 동기훈련과 야간작업을 하던 중 집에서 불길이 치솟자 엄마들이 집에 뛰어들어 아이들을 구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동기훈련·야간작업’ 부모 없는 사이 농장 사택 화재로 어린이 3명 화상)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어린 아이들을 구해서 병원에 뛰어 가느라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구하지 못한 한 엄마가 보위부 조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염을 뚫고 김 부자 초상화를 구출하면 영웅 대접을 받지만, 반대로 사람만 구하고 초상화를 방치하면 경우에 따라 정치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엄마들이 각자 아이들을 구한 직후 농장 청년 노동자 1명이 상대적으로 불길이 약한 왼쪽 살림집으로 뛰어들어 초상화를 구했다.

이 청년 노동자는 이전 폭력 사건으로 교화소에서 출소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하룻밤 만에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화마의 불길 속에서도 초상화를 모셔 내온 청년 영웅’으로 포장되고 있다고 한다.

이 노동자 덕분에 초상화를 보전한 왼쪽 살림집은 무탈하지만, 초상화가 타버린 오른쪽 살림집 엄마는 보위부의 취조를 받게 된 것이다.

소식통은 “이 주민은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 곁에 붙어있어야 할 형편인데 보위부에 불려 다녀서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이들 두 명 모두 화상이라 병원에서 항생제 주사약을 사오라고 하는데 보위부에 끌려 다니며 돈도 못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 여성의 처지를 동정해 약값이라도 보태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치적 시비 대상이 될 것을 염려해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보위부 감시에서 벗어나야 아이들 치료에 전념할 것 같다”면서 “동네 사람들은 옥수수 5kg이라도 보태려고 꿍치고(챙겨놓고) 있는데 이마저도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