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서 구호나무 보호 北영웅 선전의 허와 실

진행 : 언론은 사실을 기록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정권을 위한 선전도구로 전락하고 말했는데요, 노동신문이 보도한 내용을 사실과 대조해서 짚어보는 시간 <노동신문 바로보기> 시간입니다. 7월 6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서재평 사무국장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네. 먼저 오늘 살펴볼 기사부터 듣고 오겠습니다.

불길 속에서 구호나무를 구하다 사망한 두 보안원을 불굴의 영웅으로 치켜세웠습니다.

<기사 : 7월 1일 기사, 수령을 위하여 고동치는 불사조의 심장 – 조선로동당의 무쇠방패 >

“사나운 불길 속에서 쓰러진 인민보안원들과 내무군 군인들을 일으켜 혁명대오에 세워주기 위한 전투가 시작되였다. 수천 명에 달하는 단천시민들이 화상당한 용사들이 실려온 단천시 제1인민병원으로 달려왔다. 위대한 수령님들의 초상화와 구호나무들을 결사보위한 그들의 영웅적 소행은 시안의 전체 인민들의 가슴을 격동시켰다. 여직껏 신문이나 텔레비죤에서만 보아오던 불굴의 용사들, 그렇듯 훌륭하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신념의 강자들이 바로 자기들 곁에 있었다는 것으로 하여 그들의 가슴은 세차게 끓어번지였다.“

1. 북한 보안원 두 명이 이른바 구호나무를 불길 속에서 보호하려다 사망한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요, 먼저 구호나무라는 게 뭔가요?

구호나무는 김일성 항일무장 투쟁시기, 소조라고 하는 빨치산 세력들이 주로 산으로 다니면서 당시 일제를 타도하자든지 조선혁명은 승리한다는 어떤 사상이 담기거나 그들의 목적이 담긴 내용을 나무껍질에다가 쓴 것을 말합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80년대 중반부터 여러 곳에서 발견했다고 선전하면서, 특수한 시약을 발라 구호나무를 복원했습니다. 또한 눈과 비로부터 보존하는 기술을 사용하고 여러 가지 유리관과 장치를 씌워서 보호했습니다. 이번에 신문에 나오는 것처럼 관리소 인원들이 같이 불을 껐다고 나오는데, 여기는 구호나무 사적지 관리소를 따로 만들어서 관리합니다. 북한은 사적지마다 보안원들이 특별히 담당이 되어 경비를 합니다. 

2. 사람도 아니고 김일성을 찬양하는 글귀가 적힌 나무를 구하다 사망했습니다. 한국 같으면 비난을 받아야 할 사건인데, 노동신문에서 한 면 전체를 할애해 자랑하듯 보도를 했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론 이해가 안 되는데요, 북한 당국이 왜 이런 보도를 하는 건가요?

지금까지도 이런 기사들은 많이 나왔습니다. 노동신문에서 이례적인 것은 아니고 통상 사적지 건물에 불이 붙었는데 화재를 끄다가 초상화와 사적을 지키다 희생적으로 죽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많이 나옵니다. 함경남도 신흥에서도 구호나무가 불에 타는 걸 막기 위해 나무를 끌어안고 죽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이례적인 일은 아니고 오히려 남한주민들은 굉장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죠. 구호나무가 무엇이기에, 그것을 지키다가 사람이 죽는지 쉽게 이해할 수 없겠죠.

3. 만약에 구호나무처럼 김씨 일가의 우상화 선전물이 불에 타거나 훼손된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위험해서 그냥 지켜볼 경우 어떻게 되나요?

예를 들어, 이번 노동신문에 나온 사람들이 구호나무가 불에 타는 것을 보면서도 불길이 무서워서 구경만 했다면 반드시 정치적인 처벌을 받았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당원들은 당 규약에 명시된 바처럼 수령의 권위를 목숨으로 지켜야 된다는 것을 지켜야 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당원의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여겨지고, 고의적인 행위로 간주되면 심할 경우 정치범 수용소도 갈 수 있습니다.

4. 그럼 이번에 구호나무를 지키다 불에 타죽은 보안원들처럼 김씨 일가의 우상화 선전물을 지키다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들은 보상 같은 걸 받게 됩니까?

그런 경우에는 북한에서 최고 보상인 공화국 영웅 칭호를 주게 됩니다. 북한에서 경제적인 보상으로 돈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합당한 대우와 보상이 따르게 됩니다. 예를 들어 2월 16일(김정일 생일), 4월 15일(김일성 생일) 등 북한의 큰 명절 때 중앙에서 개인에게 매번 선물이 내려오고 당사자가 죽으면 그 가족에게 선물을 지급합니다. 65호 대상이라고 중견간부 이상의 전용 공급 상점이 있는데, 거기서 공급받을 수 있는 자격도 줍니다. 자녀들 또한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만경대 학원에 보낼 수 있고, 대학 진학 시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는 이른바 10호 가족 계층에 들어갑니다. 그 혜택은 북한으로 말하면 굉장히 큰 혜택이죠. 한마디로 운명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5. 북한 당국이 불에 타죽은 보안원들을 “불굴의 영웅”으로 치켜세웠는데요, 이 사람들이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을까요?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으면 어떤 혜택을 받게 되는지)

아직 중앙위원회 정령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영웅 칭호를 충분히 받습니다. 최고인민위원회 중앙위원회 중앙 정령으로 영웅칭호가 나올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이번 경우는 반드시 영웅 칭호를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6. 북한 주민들의 반응도 궁금한데요. 이런 사례를 본 북한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과거와 현재, 주민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신문을 보면 단천시 인민 수천 명이 제 1인민병원에 몰렸다고 하는데, 그것은 굉장히 과장된 부분입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계층과 집단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 매우 상이합니다. 예를 들면, 보통 일반 주민들은 아는 사람들끼리 영웅칭호 받으면 뭐하나 죽으면 다라고 이야기 하거나 술 먹고 속으로 죽은 놈만 불쌍하지 산 놈만 덕택을 입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일반 근로자들 중에서 충성심 있는 근로자들, 즉 북한식으로 양심이 남겨진 사람들 중에서 참 큰일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습니다. 상류층에는 이러한 일을 당해서 죽는 사람들이 전혀 없습니다. 말로는 이러한 사람들은 본받고 배우자고 하지만 저렇게 죽는 것은 헛된 것이라고 아는 것입니다. 보통 말단 간부들 사이에서 사건이 발생하지, 중간 간부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7. 북한 당국이 김정은 일가의 우상화 선전물을 지키다 주민들이 사망하거나 다친 사건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건 충성심을 높이기 위한 것일 텐데요, 이런 선전이 김정은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노동신문을 북한체제의 선전 일선에 있는 계급투쟁의 선봉이라고 추켜세웁니다. 김정은의 영도업적을 알리고 주민들의 충성심을 선전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례들을 많이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노동신문 전체는 김정은으로부터 평가를 받기 때문에 이러한 사례가 없으면 비판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북한주민들이 이러한 사례를 보고 충성심이 높아지는 시대는 한참 지났습니다. 하지만 노동신문 입장에서는 선전효과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이러한 사례를 계속 내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초상화를 건지다 죽으면 대단하다고 했는데, 90년대 이후부터 현재는 죽은 사람들만 불쌍하다고 이야기하지 우리도 같이 따라서 충성하자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8. 노동신문이 최근 변화했습니다. 일단 컴퓨터로 다운 받아보던 것들을 이제는 중단했는데요. 이에 대한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북한이 노동신문을 지면 대신 컴퓨터로 다운받게 했을 당시는 체제 선전 차원에서 득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방한 것입니다. 그러나 노동신문이 자신들의 체제선전을 위한 이용보다 오히려 많은 전문가들이 실제내용을 깊이 분석하는데 이용되잖아요. 이번에 김정은 머리에 흰머리 난 것을 보고 건강이 안 좋다고 분석한 일이 있었고, 지난 4월에는 김정은이 백두산 정상에서 군인들하고 찍은 사진이 조작이라 밝혀낸 일도 있었습니다. 작년에도 큰 홍수가 났을 때, 사진으로 사람들이 많이 빠진 것처럼 조작한 것도 오히려 분석되어 자신들의 거짓이 드러나게 되니까 이를 막아보자는 의도에서 폐쇄적으로 나가는 것 같습니다.

진행: 네. 지금까지 북한민주화위원회 서재평 사무국장과 함께, 북한 노동신문을 분석해 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