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통일방송과 인터뷰 중인 테오도라 규프차노바 씨 / 사진=김혜진 인턴기자 |
테오도라 규프차노바 씨는 불가리아에서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한국학을 전공했다. 관련 공부를 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져, 8년 전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한국학을 전공하던 그가 현재는 북한인권 관련 일을 하고 있다. 한국과 북한인권 문제는 다소 이질적인 주제인데 그가 관련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지난 16일 국민통일방송은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에서 북한인권 침해 조사 및 기록을 하는 일을 하고 있는 테오도라 씨를 만났다.
테오도라 씨는 “8년 전 한국에 와서 연세대학교 대학원(국제협력)에 입학하기 위해 한국어 말하기 시험을 봤는데, 주제가 2006년 당시 이슈였던 ‘북한의 1차 핵실험’이었다”면서 “핵실험관련 대화를 통해 북한을 좀 더 알아보게 됐는데 그때 생긴 북한에 대한 관심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이렇게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되고 관련 공부를 꾸준히 진행했다”면서 “물론 당시 북한문제는 인권보다 주로 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북한인권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지만 작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인권 관련 보고서를 내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NKDB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북한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기록한 다음,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정보도 조사하고 있다. 또한 1년에 한번 북한인권백서와 사안별 리포트를 발간하고 해외에 있는 북한인권 관련단체들과 협력해 국제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최근 조사하고 있는 인권침해 사례는 어떤 것인가?
작년 12월부터 진행된 북한 해외노동자 관련 조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북한의 해외노동자들은 북한과 협약을 맺은 국가들에 노동자로 파견돼 현장에서 일을 하는데 그들 대부분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처해있다.
예를 들어 카타르의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정상적인 임금을 주지만 그 임금을 북한당국의 관리자가 당국에 바치거나 중간에 빼돌려 노동자들은 결국 10%밖에 받지 못한다. 또한 북한 노동자들은 일하다가 다치면 본인이 돈을 내고 치료를 받는다. 우리의 목적은 그들을 북한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침해되는 인권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다.
보통 북한의 문제(핵·정치범 수용소 등)라고 하면 북한당국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 북한 해외노동자의 경우는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나라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조사를 훨씬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면서 보람을 느낀 적이 있나?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한국에 와서 적응하기를 어려워한다. 외국인인 나도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과 가끔 만날 기회가 생기는데 그 사람들과 얘기하다보면 서로를 이해하기가 편하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겪는 문제를 나도 똑같이 겪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보이는 외래어 간판들과 일상적으로 쓰이는 외래어, 혹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의 사투리를 못 알아듣는 것과 같은 언어적인 어려움도 있고, 문화적 차이도 상당히 크다. 그래서 나 같은 외국인들이 탈북자들의 심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그분들도 자기들의 마음을 이해해줘서 고맙다고도 많이 하신다. 이런 작은 도움이 될 때 보람을 느낀다.
-기존에 알던 북한과, 북한 관련 일을 하면서 좀 더 알게 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나?
외국에서는 북한 사람들이 당국에 지시만 따르고 김 씨 일가를 숭배하는 모습들을 보며 ‘개인의 의지와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북한관련 단체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아마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북한 사회에 대해 많이 알게 되면서 북한 사람들도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희망이 있지만 외부에 대한 정보가 무지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은 단지 의지가 없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이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살고 있을 뿐이다.
-국민통일방송처럼 북한에 정보를 유입해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외부통제가 심한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유입시켜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국제소식이나 외부정보를 북한 주민들이 접하게 된다면, 북한당국이 주민을 위한 일에는 뒷전이고 핵개발과 무기개발, 지도층들만 잘 먹고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는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 지속적으로 정보를 유입시켜 북한 사람들이 생각의 변화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가리아는 1991년 공산주의체제에서 민주주의체제로 전환됐다.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두 개의 체제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북한의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
공산주의체제에서 살던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민주주의적으로 변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체제가 변해서 공산주의를 오래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불가리아의 공산주의에 대해 배웠다. 불가리아는 북한과 달리 개인을 존중해주는 공산주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체제전환이 어려웠는데, 지금의 북한은 공산주의가 아닌 완전한 독재체제로서 불가리아와는 그 차가 더 크기 때문에 북한이 체제를 변화하려면 훨씬 더 힘든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