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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지 2년이 지났다. 뒤돌아 생각해 보니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간 것 같다.
고향을 떠나 올 때 ‘어쩜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생활은 생각했던 것처럼 만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운 좋게도 한국에 오게 되었고, 이제는 남 못지않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올 여름 나는 대학에 가기 위해 몇몇 대학에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봤다. 아직 발표가 나지 않았지만 조급해 하지 않으련다. 기회는 다음에 또 있을 테니!!
입학시험을 치르면서 북한의 대학입학 과정이 생각났다.
북한에서도 고등중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기 위한 시험을 치른다. 시험과목은 정치, 김일성혁명역사, 김정일혁명활동, 수학, 영어, 물리, 화학 등이며 100만점에 7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형식상으로는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에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에 가는 경우는 100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하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돈이 없거나 성분이 좋지 못하면 김일성종합대학 같은 북한 최고의 대학진학은 꿈도 못 꾼다.
공부하는데 출신과 성분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출신과 상관없이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부단히 노력하여 나라에 필요한 인재가 되고 그 사람으로 인해 나라 역시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공부하는데 무엇보다 출신과 성분이 중요하다.
북한은 대학도 출신성분으로 뽑아
내가 경험한 한 선배의 이야기이다.
이 선배는 천재라 불릴 정도로 공부를 잘했으며 전교에서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공부밖에 몰랐다.
선배를 보면서 사람들은 “네가 최고 대학에 못가면 갈 사람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 내가 보기에도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대학에 꼭 갈 것 같았다.
선배도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시험을 보게 되었다. 대학시험을 본 날 선배는 다른 사람보다 활기차 보였으며,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집에서도 주변에서도 모두 합격만 남았다며 기뻐하였다.
그러나 불행은 시작되었다.
합격자 발표 날. 선배는 아무리 합격자 명단을 뒤져보아도 자신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이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모른 채 몇 주가 지난 후 불합격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월남자(6.25전쟁 당시 한국으로 내려간 사람) 가족이라 불합격된 것이다. 한마디로 출신이 좋지 못해 대학에 합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선배의 시험지에는 어느 당 간부의 자식의 이름을 대신 써 넣어 그를 합격시켰다.
너무도 격분한 선배는 학교에 찾아가 항의하였다. 하지만 학교에서 “당에서 한 일인데 그걸 네가 거부하느냐! 역시 출신성분이 나쁜 놈들은 그 종자까지도 이렇다니까”라는 말을 들었다.
이 말에 선배는 학교기관 직원을 폭행했고, 1년 6개월 형을 받았다. 학교 졸업 후 꿈에 그리던 대학 대신 교화소에 가게된 것이다.
고향이 남조선이라 출신이 좋지 못하다면 고향이 러시아인 김정일 역시 출신이 나쁜 것 아닌가? 김정일은 자신이 백두산 밀영에서 태어났다고 거짓말하고 있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가 조선이 아닌 러시아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김정일 자신이 조선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출신을 따지는 것 같다.
하루 빨리 김정일 독재정권이 물러나 인재는 인재로 자라고 자기 능력껏 일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한다. 북한 사람들도 출신이 아닌 능력껏 일하고 대접받는 그런 날이 오길 탈북자의 한 사람으로 깊이 바란다.
한성주(27)/평양금성정치대학 재학중 탈북(2004년 입국)
※ 대학생 웹진 바이트(www.i-bait.com)의 양해를 구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