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해지는 북핵 외교가..북ㆍ미 실무회의 주목

9월 북핵 외교가의 움직임이 빨라질 전망이다.

북핵 6자회담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은 9월의 첫날부터 제네바에서 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를 개최한다.

또 2.13합의에 따라 구성된 5개 실무그룹 중 마지막까지 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았던 북.일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도 다음달 5~6일께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릴 것이라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각료회의가 열리는 호주 시드니에서도 다음주 한.미 외교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북핵 관련 장관급 회담이 줄지어 열린다.

지난달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 확인된 협상 에너지가 다양한 방식으로, 높은 차원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 국면은 APEC 회담 이후 다음달 15일을 전후해 6자회담 본회담 개최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6자 본회담 이후 지난 봄부터 거론돼오던 6자 외교장관급 회담의 개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귀추가 주목된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7일 전례 브리핑에서 제네바 북.미 실무회의 개최 사실을 전하면서 제네바 회의 협의 결과가 다음달 6자 본회담에 건의되며 6자 본회담에서 합의를 도출하면 궁극적으로 6자 장관급 회담의 보증을 받는 형식을 밟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일단 9월의 연쇄 북핵 이벤트의 첫장을 여는 제네바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에 국제 외교가의 관심이 쏠린다.

미국측에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북한측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수석대표로 참가하는 이번 회의에서 양측은 북한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 등 2단계 비핵화 이행방안과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 등 양국간 관계 정상화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케이시 부대변인은 전했다.

북.미 양측은 2.13합의에 따라 지난 3월초 뉴욕에서 1차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개최한 바 있으며 이번 회의는 두 번째로 열리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앞으로의 비핵화 2단계 이행 전망이 이번 회의에서 북한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이번 회동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북.미 양측은 이미 이번 회의의 무게감을 감안, 뉴욕채널 등을 통해 세밀한 사전 조율을 벌여왔다는 후문이다.

외교가는 시기적으로 볼때 이번 회의가 올해 1월 베를린에서 열렸던 북.미 수석대표 회의와 유사한 성격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깜짝 회동한 김계관 부상과 힐 차관보는 당시 6자회담의 발목을 잡고 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의 해법과 핵시설 폐쇄를 위한 방안에 사실상 합의함으로써 결국 2.13 합의의 원동력이 됐다.

이번 제네바 회의에서 북.미 양측이 합의를 이룰 경우 이는 현안으로 부각된 북한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보유 의혹 규명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다시 말해 지난 1월 베를린 합의가 `BDA 수렁’에서 탈출하는 계기가 됐다면 제네바 합의의 경우 `UEP 해결’을 넘어 비핵화 2단계 이행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올 경우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관련 중간단계 조치인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문제에서 `숨겨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한 외교소식통은 “제네바에서 양측은 UEP문제 해결을 통한 신고.불능화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의 구체적 이행약속을 주고 받는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제네바가 과거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미 양측이 제1차 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북.미 기본합의를 이끌어낸 장소였다는 상징성을 감안해 북.미 양측은 조지 부시 대통령 임기내 `수교와 핵폐기의 동시 완료’를 위한 밑그림까지 논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북.미 양측은 이미 사전 교감을 위한 노력을 활발하게 해왔다. 6월말 힐 차관보의 방북, 7월 6자 수석대표 회의 직전과 지난 13일 베이징서 각각 이뤄진 힐-김계관 회동 등으로 의견을 조율할 기회를 충분히 가진 것으로 보인다.

또 UEP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지난 16~17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린 비핵화 실무회의때 `신고 단계에서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해결 전망에 서광을 비추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경수로 제공 요구와 금융제재 해제 등 대북 적대시 정책의 조기 철폐를 전제 조건으로 강조할 경우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네바 회의의 협상 에너지를 수렴하는 6자 본회담은 가급적 9월 중순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제네바 실무그룹 회의에 이어 6자 본회담과 장관급 회담이 `상당히 짧은’ 시간 내에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틀림없이 이런 절차가 최대한 신속히 진행돼..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다음 단계에 대한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 협의가 급진전되는 상황에 맞춰 송민순 외교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간 회담을 내주중 열어 세밀한 의견조율을 할 계획이다.

특히 양국은 10월2~4일 남북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북핵 현안을 조율한다는 방침이어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어 내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APEC에서는 한국과 미국 외에도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들도 대거 참가한다는 점에서 6자 외교장관회담의 `사전 탐색작업’이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다음달 5~6일 몽골에서 열리는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에서는 6자회담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북한과 일본이 `현안에 대해 협의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납북자 문제’에 있어 북한의 거부감이 워낙 큰데다 일본 국내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다룰 수 밖에 없는 일본측의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에 구체적인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그만큼 적다는게 외교가의 중론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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