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소장 살림집 빈집털이 발생해도 ‘피해사실’ 제대로 말 못해”

지난해 8월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 사진=데일리NK

5월 초에 북한 양강도 삼수군의 한 분주소장의 살림집에 도둑이 들어 TV와 노트북 등 값비싼 가전제품과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고 내부 소식통이 23일 알려왔다.

북한은 식량난이 극심해진 1990년대 이후 사회기강과 치안이 무너지면서 절도 범죄가 성행했다. 특히 인민군대가 민가에 들이닥쳐 양식과 가축을 훔쳐가는 일이 잦았다. 최근에는 전문 절도범들의 빈집털이가 성행해 주민들이 집집마다 잠금장치를 다중으로 설치해 문단속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달 초에 삼수군 분주소 소장네 집에 도적들이 들어 집에 돈이 되는 물건을 흔적도 없이 쓸어갔다”고 말했다. 

분주소장이 이날 저녁 가족들과 친척집을 방문해 식사를 하고 저녁 늦게 돌아와 보니 집안이 난장판이 되어 있고 TV와 노트북 등 값나가는 제품이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소식통은 “분주소장네 집은 다른 집들 보다 강건(잠금) 장치를 이중삼중으로 더 잘해놓았을 텐데도 저녁에 도적이 들었다”면서 “분주소장 살림집을 터는 대담함을 발휘했는데도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분주소장 주택 절도 사건은 그 대상이나 방법이 과감하고 증거도 남기지 않아 전문 절도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도 범인의 대담성과 배짱에 놀라워할 정도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분주소장은 동이나 리 단위 치안담당자로 평소 주민들에게 절도나 범죄 방지를 위한 교양을 실시하는 책임자라는 점 때문에 감히 도둑이 들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한국의 파출소장 집에 도둑이 든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번 절도 사건이 발생한 이후 분주소장은 사건 자체를 외부에 밝히기를 꺼렸지만, 소문은 쉽게 주민들에게 퍼져나갔다고 한다.

아직까지 범인의 윤곽이 나오지 않았지만, 보안원들은 범인이 해당 지역 물정을 정확히 모르는 타지역 사람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분주소장이면 가지고 있는 외화도 상당할 것이다. 분주소장은 피해가 있어도 제대로 말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