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탈북자 “의료급여 끊겨서는 안돼”

“지난 번 저의 분신 시도를 우발적 차원에서 벌인 극단적 행동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지난 2월 23일 밤 국회에서 분신을 시도하다 경찰에 연행돼 불구속 입건된 탈북자 손모(42)씨는 4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탈북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대변하려고 했던 자신의 의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분신소동이 결코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었으며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작년 9월에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는 손씨는 “자가용 승용차를 구입했다는 이유로 월 63만 원씩 지급되던 생계비와 각급 병원에서 무료진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급여까지 중단되자 막막함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2002년 9월에 입국, 탈북자 정착교육 기관인 하나원에서 회장을 맡았던 손씨는 주변을 수소문한 결과 동료 탈북자들도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탈북자들은 대체로 5년 간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로 분류돼 정부에서 나오는 1인 1가구 기준 월 50만원이 조금 넘는 생계비와 의료급여를 받았지만 정부의 탈북자 수용정책 개선에 따라 올해 들어 급여가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급여는 탈북자들에게는 돈에 비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니는 필수적인 보호대책이라고 손씨는 강조한다. 거의 모든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불안정한 상태에서 장기 체류하거나 혹은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탈북자들은 대부분 무직 상태에 있거나 취업을 했다고 해도 일용직 등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어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 때문에 일부 탈북자들은 북한의 무상치료를 생각하면서 남한에 온 것을 후회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손씨는 이번 사건으로 주변의 탈북자들로부터 “우리의 입장을 대변해줘서 고맙다”는 격려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런 응원에 힘을 얻어 이른바 ‘탈북자 의료보험사수 대책위원회’ 결성을 계획 중이다. 이미 탈북자 단체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손씨가 대책위 결성을 촉구하며 올린 글이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지만 손씨라고 해서 “왜 탈북자에게 계속 특혜만 주느냐”는 세간의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이에 대해 “사회주의 체제에서 살아온 만큼 탈북자들이 자본주의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더 많은 혜택을 달라는 의미가 결코 아니며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최소한 의료급여가 끊겨서는 안된다는 게 대다수 탈북자들의 요구”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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