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후 군축제안 사례..실질조치 없어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간 재래식무기 감축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힘에 따라 그간 남북이 어떤 군축 제의를 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남북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다양한 군축 제의를 했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협상이나 가시적인 조치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는 무엇보다 군사적인 신뢰가 형성되지 않고 상호 불신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관련 제안이 이뤄져 소모적 공방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북측은 1954년부터 군축 문제를 제기했지만 남측은 1970년부터 군축을 위한 군사적 신뢰구축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북측이 ‘단기간에 급격한 군축’에 치중했다면 남측은 군사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군축에 역점을 둔 것이다.

북한은 1954년 6월 당시 외무상 남일이 제네바정치회의 최종회담 연설을 통해 “남북한의 군대가 10만명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유사한 제의를 해왔다.

1957년 9월 고(故) 김일성 주석은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남북이 군비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병력을 축소해야 하며 남북의 병력을 각각 10만명으로, 혹은 그 이하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60년대 들어서는 남북한 병력을 10만명 선으로 유지하는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김일성은 1960년 8월 8.15해방 15주년 경축대회 연설에서 “남조선에서 미군을 즉시 물러가게 하고 남북 군대를 각각 10만 이하로 축소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1980년 10월 노동당 제6차 보고대회에서는 남북 군대를 10만~15만으로 축소하고 “조선인민군과 남조선 국군을 통합, 단일한 민족연합군을 조직해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을 보위토록 하자”고 제안했다.

1984년 1월 중앙인민위원회.최고인민회의상설회의.정무원 연합회의 이름으로 남.북.미 3자회담을 열어 군비 축소와 평화협정 체결 등을 의제로 논의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1988년 11월 중앙인민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정무원 연합회의 명의로 채택한 ‘자주적 평화통일 촉진을 위한 포괄적 평화방안’을 제의했는데 이는 분단 이후 제기해온 북한의 군축제의를 망라한 것이었다.

이 방안은 1990년 말까지 핵무기 철수, 1991년 말까지 주한미군 완전 철수, 1992년 말까지 병력 10만명 이하로 유지, 남.북.미 3자회담 진행, 핵화학무기와 특수무기 폐기 등을 골자로 한다.

북한은 1990년대에도 이와 유사한 주장을 펼쳤으며 2000년에 들어서는 6.15 남북공동선언 채택 이후 특기할 만한 군축제의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은 2006년과 올해 두 차례 핵실험을 통한 ‘핵보유국’을 자처하며 미국에 ‘핵 군축협상’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한은 1970년 8월 박정희 대통령이 광복절 제25주년 경축사를 통해 밝힌 ‘평화통일 구상 선언’에서 “남북간에 가로놓인 인위적 장벽을 단계적으로 제거할 용의가 있다”고 한 것이 군비통제와 관련한 첫번째 제의였다.

이어 1974년 상호불가침협정 체결 등 ‘평화통일 3대원칙’을 천명했는데 여기에는 급격한 군축보다는 군사적 신뢰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게 반영됐다.

그러나 1980년대에는 정치적 신뢰구축 및 교류협력과 함께 군축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변화했다.

1982년 1월 전두환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쌍방은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와 전쟁방지를 위해 현존 휴전체제를 유지하면서 군비경쟁 지양과 군사적 대치상태의 해소조치를 협의하자”면서 이를 협의하기 위한 군사책임자간 직통전화 설치를 제의했다.

1991년 9월 노태우 대통령은 제2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적 신뢰구축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군비감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그해 11월 핵무기를 제조하거나 보유하지 않는 등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선언’을 발표했다.

그리고 남측은 1992년 발효된 남북화해 불가침.교류.협력 합의서에 군사공동위원회 구성.운영을 명시해 단계적 군축 실현과 검증 문제를 협의토록 했다.

2005년 7월 제3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의 실무대표회담에서 북측에 비무장지대(DMZ)내 GP(초소)를 공동 철수하자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북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8.15 경축사에서 ‘재래식무기’를 처음으로 특정해 군축협상을 제의했다.

전문가들은 재래식 무기 감축 협상을 통해 정치.군사적 신뢰조치를 견인하자는 대북압박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군 관계자는 “정치.군사적 신뢰를 구축한 뒤 군축 문제를 논의하는 통상적인 단계적 군축 순서를 뒤집은 일종의 역발상 측면이 강하다”며 “선언적인 의미가 큰 만큼 을지프리덤가디언(UFG.17~27일) 연습이 끝난 뒤 군 차원의 후속조치를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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