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BDA해결로 단기 흑자, 중.장기 적자

북한이 25일 “말썽많던” 방코 델타 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문제의 해결을 공식 천명함으로써 21개월만에 동결 자금을 온전히 되찾았다.

이 돈은 북한의 2005년 예산의 1%에 해당할 만큼 적지 않은 액수일 뿐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기실과 노동당 38호실 및 39호실 자금 등 ’통치자금’도 상당히 포함돼 있는 것이다.

북한으로선 북한체제를 붕괴시키려던 ‘미국을 굴복시킨 영웅’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선전함으로써 내부 단속을 더욱 다질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북한은 2005년 9.19공동성명 발표를 전후해 BDA문제가 불거지자 6자회담 불참이라는 몽니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에 이은 핵실험 단행이라는 강경조치로 대응해 마침내 당초 내걸었던 요구를 거의 모두 관철시킨 셈이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도 조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에선 아무런 진전없이 북한에 양보만 했다고 비판하고 나설 정도다.

특히 2천500만달러라는 돈 자체보다, BDA의 해결과정을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의 전환의지를 확인한 게 북한으로선 최대의 정치적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외무성은 “우리가 동결자금 문제를 중시한 것은 돈(액수)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 표현이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지난 16일 북한이 BDA 동결자금의 북한 계좌 송금이 완료되기 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 대표단을 초청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적대 정책의 전환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BDA 해결 과정을 통해 북미 양자대화의 중요성을 부각시켰을 뿐 아니라 실제로 부시 행정부가 그렇게 거부감을 갖고 있던 북미 양자대화를 6자회담의 주축이 되도록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6자회담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앞으로 예상되는 난제 중 하나인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도 “BDA 협상처럼 북.미간 양자 트랙에서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본다”면서 “6자회담내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이나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핵프로그램 목록 협의’를 통해 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미국과 금융회담이라는 양자 채널을 더 확보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비핵화 속도를 조절하는 수단도 갖게 됐다.

미국은 2005년 BDA에 대한 조치를 취할 때 공식적으론 북한의 불법활동에 따른 사법적 조치일 뿐 북핵 6자회담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재무부 고위관계자들은 BDA에 대한 제재조치의 기대 이상의 성과에 고무돼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우회압박 책이라고 공언해왔다.

결국 부시 행정부가 BDA 문제를 핵문제와 연계시킨 결과 어느 시점부터는 북한이 BDA 문제와 핵문제를 연계시키게 됐을 뿐 아니라 BDA 해결 이후에도 자신들의 국제금융거래 정상화와 핵문제를 연계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은 BDA 해결 과정을 통해 ‘동시행동 원칙’을 고수하고 관철시킴으로써 앞으로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의 “포괄적 해결”이라는 원칙도 확고히 한 셈이 됐다.

북한 외무성은 25일 BDA문제 해결 과정에 대해 ’행동 대 행동’원칙에 부합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이 원칙에 따라 2.13합의 이행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성과’들은, 북한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북한에 유리하기만 한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북한이 BDA문제의 종료를 천명하면서 “인도주의적 목적”에 사용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것은 사실상 BDA에 묶였던 자금의 불법성을 인정한 것이다.

BDA에 묶였던 자금이 깨끗한 돈이라면 북한이 미국이나 러시아 등이 요구한 ’용처 제한 조치’를 수용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비록 ’인도주의적 목적’의 실질적인 의미가 크지 않다 하더라도, 북한은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자신들에게 제기된 혐의를 사실상 자백한 것이기도 하다.

BDA 문제는 북한의 위폐 등 불법활동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고, 북한이 BDA 문제로 손상된 국제 신뢰도와 활동 반경을 복원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은 특히 BDA 자금 문제 해결에 매달리면서 미국을 비롯한 외부세계에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경제사회 체제의 대외의존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대북 제재의 효과에 대해 회의론이 강했으나, BDA 문제는 북한조차 국제금융체제에서 탈락하면 극히 취약해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는 앞으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매우 효과적인 대북 압박수단을 확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BDA 해결 과정에서 북한이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이라는 초강경 조치를 쓴 것은 북한이 구사할 수 있는 카드를 소진한 측면도 있다.

물론 2차 핵실험, 핵.미사일 실험 시도, 핵물질이나 핵무기의 확산 등 남은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2차 핵실험의 충격은 1차 실험만큼 크지 않을 것이고, 핵미사일 실험이나 확산 카드는 체제의 운명을 걸어야 할 사안이다.

BDA 문제 21개월의 결과는 전술적 차원에선 북한에 흑자를 냈을지 몰라도 전략적 차원에선 북한의 행동 반경이 어느 때보다 좁아진 결과가 됐다고 할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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