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6.15 대표단 축소요청 왜?

북측이 1일 평양에서 6.15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열리는 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 참가할 남측 민ㆍ관 대표단의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을 갑자기 요청해 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측이 이날 남측 당국과 민간에 통보한 내용은 각각 당국 대표단을 70명에서 30명으로, 민간 대표단을 615명에서 190명으로 줄여달라는 것이다.

특히 민간의 경우 가극 ‘금강’ 공연팀을 당초 100명에서 90명으로 줄이고 대표단을 515명에서 100명으로 축소해 줄 것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요청대로 굳어진다면 공연팀을 뺀 실제 대표단은 5분의 1 이상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북측이 이번에 문제삼은 것은 부시 미 행정부의 ▲북핵문제 압박 ▲정치체제 모독 ▲스텔스기 배치 등 세가지다. 북핵 문제의 경우 지난 달 22일 외무성 대변인이 밝혔듯이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같은 달 15일 대북 제재를 시사한 발언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5월 16일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문제를 거론한 것도 북한에게는 거슬리는 대목이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체제 문제는 미국의 ‘주권국가 인정’ 발언으로 북ㆍ미 양측이 뉴욕채널을 가동, 대화의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 달 27일 북한을 겨냥한 듯한 ‘무법정권 체제교체론’을 내세운 것을 가장 가까운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남쪽에 스텔스기가 훈련을 위해 일시 배치된 것에 대해서는 이미 조선중앙방송이 지난 달 30일 “북침 핵선제공격 계획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한 적이 있다.

북한이 거론한 이 같은 이유들은 남북간 문제라기보다는 ‘외풍’의 성격이 더 짙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핵문제를 놓고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평양에서 대규모 인원이 참가하는 행사를 치르는 게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내부의 목소리가 반영됐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이들 이유가 남북관계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희박하다는 점에 비춰 북측이 제시한 논리가 다소 허약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대표단 축소 문제를 제기한 것은 남측을 압박, 21∼24일 예정된 장관급회담 등 향후 대화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행사를 취소하지 않고 축소한 것도 이런 해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즉, 행사를 축소해서라도 개최할 경우 북측이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6.15 5주년을 나름대로 기념하면서도 남측을 어느 정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측의 이번 요청은 당초 합의를 파기했다는 점에서 지난 달 16∼19일 차관급회담을 통해 간신히 복원하기 시작한 남북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남북간 합의사항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북측에 합의사항 준수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측의 진의 파악에 주력하는 동시에 향후 대응계획을 짜고 있지만 북측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 지 주목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