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6자회담 금융제재 논의 책임전가용”

북한이 6자회담의 틀내에서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단호한 거부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가 6자회담 틀내에서 북한이 제안한 비상설 협의체 등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자고 말한 데 대해 “미국이 회담 재개를 위해 큰 양보나 하는 듯이 낯간지러운 소리를 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회담 지연의 책임을 넘겨 씌우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통신은 “금융제재를 더 강화해 6자회담이 열리지 못하게 하고 금용제재로 우리를 녹여보려는 것이 미국의 속셈”이라며 금융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6자회담에 나오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방미 중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외교정책 실장은 24일(현지시간) 북.미관계 정상화 협상장에서 위폐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한.미 양국의 입장이라며 “북한이 이를 6자회담 복귀 명분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밝혔지만 긍정적 반응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핵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에서 금융제재문제가 논의될 경우 향후 마약과 인권 문제와 같은 북한이 꺼리는 전반 사안도 피할 수 없고 결국 북한 체제 ’전복’이라는 미국의 의도에 끌려갈 수 있다는 우려로 북한이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통신 논평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바라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대목이다.

중앙통신은 “이라크와 이란문제, ’핵확산방지’ 전략의 총파산 등 각종 골칫거리와 자체 모순으로 정신 차릴 사이 없는 미국이 6자회담에 나가려 할리 만무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여론”이라고 꼬집었다.

부시 행정부가 겉으로만 6자회담을 언급할 뿐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이란 핵문제, 공화당과 갈등 등 당장 발등에 떨어진 국내외 정치적 문제로 인해 사실상 회담 진전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 북한당국의 현 정세인식임을 엿볼 수 있다.

또 이달 초 뉴욕 북.미 접촉에서 비상설 협의체 등 금융제재문제를 풀기 위해 나름대로 방안을 마련해 미국측에 제시했다가 ’퇴짜’를 맞은 북한 입장에서는 6자회담에 나온다고 해도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도 있을 것이다.

결국 북한의 이 같은 인식은 부시 행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채 그럭저럭 버티기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대내외적인 상황으로 6자회담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는 나름대로 정확한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버티기 모드 전략을 유지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버티기로 가다가 정말 힘들어지는 경우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상황악화라는 벼랑끝 전술로 나올 돌발상황”이라며 “이렇게 되면 남북관계도 중단될 가능성도 있고 한반도 정세가 또한번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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