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6자회담 `靜中動’ 행보

북한이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정중동’(靜中動)행보를 보이고 있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은 채 미국측이 회담에 나갈 수 있는 명분을 세워줘야 한다는 ‘명분 제공’을 거듭 요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미 비난을 자제하는 등 조심스런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회담 재개 분위기를 마련할 것을 한결같이 요구하고 있다.

6자회담 북한측 차석대표인 리 근(李 根) 외무성 미국국장은 1일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주최 세미나가 끝난 후 “우리는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6자회담에 나가는 우리의 입장은 명백하다. 우리로 하여금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는 명분을 (미국이) 세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달 27일 논평에서 “미국이 조ㆍ미관계 정상화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의 체제와 제도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제도전복 기도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6자회담 재개의 조건과 명분으로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사죄 및 취소 △제도전복을 노린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 △평화공존 의지 천명 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여전히 대북 적대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진실성을 믿을 수 없다는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리 국장이 ‘6자회담이 언제 열리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으니 그 사람들(미국)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북측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북한은 나름대로 6자회담 재개 분위기 마련에 노력하는 모습이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한성렬 차석대사는 최근 미국이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용어를 더는 사용하지 않으면 이를 철회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밝혀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대미 비난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며 핵문제에 대한 강경 발언도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는 대목에서도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미 최고당국자’로 표현했으며 6.25 55주년을 맞아 이례적으로 대미규탄 분위기를 표출하지 않았다.

평양방송은 2일 지난 5월 31일에 내보냈던 ‘제도전복을 위한 별동대 신속기동단’ 제목의 대담프로를 재방하면서 ‘부쉬(부시) 세력들’이란 표현을 ‘미국’으로 바꿔 방송했다.

평양에서 열린 권투경기에서 미국 국가가 나올 때 북한 관중은 모두 일어서는 매너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북한의 행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면담자리에서 ‘7월 중 회담 참가 용의’를 표명한 이후 회담 재개 명분을 내세워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회담 참가에 따른 저울질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