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5년못가 무너질 수도…한국, 미와 더 가까워져야”

▲ 닐 퍼거슨(Niall Ferguson·42) 하버드대 교수(역사학) ⓒ 조선일보

며칠 남지 않은 2006년을 보내는 지금 세계를 경략하는 지도적 국가들의 미래 프로젝트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역학 변화는 다시 한 번 가파르게 역사적 고비를 넘고 있다. 제국주의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 받고 있는 닐 퍼거슨(Niall Ferguson·42) 하버드대 교수(역사학)는 영국 런던의 한 사교클럽에서 조선일보의 송년 인터뷰에 응하고, “북한이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붕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퍼거슨 교수는 최근 영국 제국주의의 공과를 조망한 역저 ‘제국(Empire·2003)’과, 오늘날 유일 강국이 된 미국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분석한 ‘콜로서스(Colos sus·2005)’를 잇달아 발표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국제 역사학계에 제국 논쟁을 주도하며 일약 세계적 석학의 반열에 올라 있다.

―당신은 2003년 출간한 ‘제국’(한국어판 지난 11월 출간)에서 영국이 17세기 중반부터 300년간 제국을 만들어간 과정을 추적했다.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든 원동력은 무엇인가?

“영 제국은 유럽 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세계 진출을 늦게 시작했다. 그래서 더 제국화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제국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최고의 맞수였던 스페인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분투했다. 개인 차원이든 국가 차원이든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제국이 되기 위한 영국의 노력이 노예무역, 식민지 탄압, 서양문명의 강요 같은 상처를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 당신은 영국 제국의 역사적 역할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의 자유무역 시장의 토대는 19세기 영국 제국이 닦았다. 나는 그것을 앵글로벌라이제이션(Anglobalization·영국식 세계화)이라고 명명한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주창한 경제 질서는 영국의 정치적, 법적, 제도적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전파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의민주정치도 영국이 제국화하며 세계에 전파됐다. 영국이 없었다면, 2차대전의 결과도 달랐을 것이다. 독일과 일본이 승리했다고 가정해 보라. 일제의 식민지였던 한국의 고통은 더 오래 지속됐을 것이다. 독일의 나치즘, 일본의 군국주의와 비교해볼 때 영국은 자유주의적 제국(Liberal Empire)이었다.”

―최근 한국에는 미국을 ‘미제’라고 하며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의 반미 분위기를 어떻게 보는가?

“미국을 제국이라고 봤을 때 미국이 전후 핵심적으로 관리한 곳은 영국, 독일, 일본, 한국이었다. 특히 한반도는 소련과 미국이 체제경쟁을 벌인 무대였다. 미국의 지원과 한국인의 노력이 합쳐져 한국이 놀라운 발전을 이룬 것도 미 제국 체제가 낳은 결과 중 하나다. 그러나 그 이후 독일과 일본이 부강해지며 미국과의 영향력 조정이 있었던 것처럼 한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고 그 틈을 중국이 차지할 것이다.”

▲ 닐 퍼거슨 저 ‘제국’ 2003년 출판 (한국어판 11월 출간) ⓒ 조선일보

―북한을 대하는 전략에도 한·미 간에는 심각한 이견이 존재한다. 특히 한국 내 일부 세력은 미국이 북한을 무너뜨릴까 의심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그런 의심은 더 커졌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이라크적 해법, 즉 무력사용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나라다.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북은 어쨌든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무력을 쓰지 않고, 한국이 무너지기를 바라지 않아도 붕괴한다. 한반도는 10년 안에 통일된다. 어쩌면 5년이 될 수도 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예측을 하는가? 중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데도?

“나는 베를린에서 공부하다 동독의 붕괴를 목격했다. 당시 서독도 동독의 붕괴를 원치 않았다. 그러나 소련이 동독에서 플러그를 뽑자 동독은 무너졌다. 한국의 통일에는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인 변수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북한을 지원하는 것이 이롭지 못하다는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제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없는가?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늘 주변 강대국들의 위협 속에 존재해 왔다. 한국은 따라서 열강의 다툼에 말려들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다. 통일 한국은 그러나 중국과 가까워지기보다는 미국과 멀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

―언젠가 중국이 미 제국의 대체세력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나는 일당독재 체제가 제국으로 성장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중국은 이미 동아시아 다른 국가들과 환경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또한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자국 우선의 대외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북아 지역에 전략적으로 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

―과거·현재·미래에 제국과 국제연합은 어떤 역할 분배를 맡게 될 것인가.

“미국이 아니어도 제국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며 유엔은 그 제국의 하부조직일 것이다. 미국이 영국의 전철을 밟아 쇠퇴한다면 대안세력은 중국이다. 그러나 중국이 제국이 된다면, 미 제국에 대한 향수(노스탤지어)가 나타날 것이다. 제국의 등장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좋은 제국을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좋은 제국의 요건을 연구해온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런던=김태훈기자 scoop87@chosun.com,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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