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2.13합의 `지연전술’ 구사하나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사실상 최종 해결국면을 넘은 상황에서 북한의 핵시설 폐쇄를 둘러싼 관련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지연전술’을 우려하는 기색이다.

특히 IAEA가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영변 핵시설 폐쇄 절차 등을 논의할 실무대표단을 `북한의 요청에 따라’ 내주에 북한에 보낸다고 발표하고 북한이 7월 하순에야 영변 핵시설 폐쇄를 마무리하겠다는 외신보도가 전해지자 긴장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당초 BDA 문제가 이번 주초 완전 해결되면 IAEA 실무대표단이 주중 입북하고 북한과의 협의를 거쳐 정식 감시검증단이 추가 파견돼 핵시설 폐쇄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어제 오늘의 흐름은 당초의 판단과 다소 다른 맥락”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인테르팍스 통신이 인용한 북한 소식통의 발언이 북한 수뇌부의 뜻을 대변하고 있을 경우 7월 후반이나 돼야 영변 원자로의 폐쇄가 현실화되며 6자회담은 7월말께나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나 한국의 당국자들이 차기 6자회담의 일정과 관련해 “7월초에는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사뭇 다른 얘기다.

한.미 양국은 핵시설 폐쇄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핵시설이 폐쇄된 뒤 6자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 그 예상 시기가 7월 초였던 셈이다.

IAEA와 외신 등을 통해 흘러나온 북측의 이런 `지연’ 움직임에 따라 한.미 양국은 북한이 핵시설을 폐쇄하는 시점에 5만t의 중유를 제공하기로 방침을 정하는 등 북한의 행동을 앞당기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쌀 차관도 2.13합의 이행을 촉진하는 카드로 활용될 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쌀 차관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IAEA실무대표간 협의 결과를 보면서 구체적인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현재의 국면은 BDA 해결 이후 이행할 2.13 합의를 가급적 시간을 끌면서 이행하려는 북한의 지연전술과 이를 막아내고 2.13합의의 신속 이행을 추진하려는 한.미간 신경전이 펼쳐지는 상황으로 풀이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북한의 의중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다음주에 진행될 IAEA 실무대표단과의 협의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실제로 7월 말에나 핵시설을 폐쇄하겠다고 나서고 2.13 합의이행을 늦추려 할 경우 한.미 양국도 ‘BDA 문제가 해결되면 신속히 2.13합의에 나서겠다’고 한 당초의 약속을 지키라고 북한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6자회담의 의장국 중국의 역할이 새삼 주목된다. 힐 차관보는 한국 도착에 앞서 베이징(北京)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과 만나 차기 6자회담 재개일정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상정하고 있는 6자회담 재개 구상이 북한의 의중과 맞아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상충하는 것인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구상과 함께 내주에 진행될 북한과 IAEA 협의 결과에 따라 핵시설 폐쇄 시점은 물론 차기 6자회담이 7월초에 열릴 지, 아니면 7월말 이후에 열릴 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BDA 문제가 해결된 이후 예상됐던 북한과 한국, 미국간 신경전이 본격화된 느낌”이라면서 “2.13합의 이행 초입단계에서 나타난 이런 양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그만큼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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