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후계구도, ‘과도관리’ 가능성”

2002년 이후 김정철(金正哲, 23세)로 굳어지는 것으로 보였던 북한 권력의 후계구도가 지난 8월 정철∙정운 형제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고영희의 사망을 계기로 곳곳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최근 연합뉴스가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철 주변 세력이 오스트리아에서 김정남(金正男, 33세)을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현지 관계 당국의 밀착경호로 암살위기를 넘겼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더욱 증폭되었다.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한 김정남의 존재는 지금까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그는 북한의 유명 여배우 성혜림(2002년 사망) 사이에 태어난 김정일 위원장의 숨겨진 첫 아들로, 북한 내외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후계구도에서 처음부터 빠져 있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반면 2002년 8월에 작성된 인민군 내부 학습자료에 등장한 ‘존경하는 어머님’이 사실 고영희를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따라 이미 김정철을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한 가족 우상화의 단계로 돌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로 결정되었던 당시에도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에 대한 우상화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사실이 있다.

“김정철로 확정됐다”는 주장도

그러나 최근 지난 8월 고영희 사망, 장성택(58)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숙청, 김정남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일본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 이어 이번 오스트리아 김정남 암살기도 사건까지 나오면서 김정철로 굳어지던 후계구도가 매우 불투명해 진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집중 제기되고 있다.

고려대 유호열교수는 이 문제와 관련, “다양한 변수가 존재해 여러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고 전제한 뒤, “고영희라는 강력한 후원자가 사라지고 아직 정철∙정운 형제가 나이가 어린 상황에서는 새로운 기준에서 후계문제에 대한 재검토 과정이 있을 수 있다”며 “김정남에 대한 김정일의 애정이 여전하고 장남이라는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능력이 검증된다면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교수는 이어 “반드시 친자 후계구도만 상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세습체계를 과도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을 후견인으로 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이기동 연구위원은 “북한 후계구도는 내부적으로 이미 정리가 된 사항으로 보인다”며 “몇 년째 계속되는 김정남의 장기유랑은 그가 이미 후계구도 후보군에서 탈락한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최근 김정남과 김정철의 권력암투로 비화시키는 여론의 보도는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모 언론에 ‘북한권력 암투설 진상’을 밝힌 북한전문가 박인철씨는 “고영희의 사망으로 김정남과 정철∙정운 형제 사이에 권력투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처한 대내외적 환경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3대 세습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북한 권력 암투설에서 비롯된 후계 관련 논란은 김정남이 후계구도에서 영구히 탈락했는지, 아니면 새로운 재기의 기회가 주어진 것인지로 모아지고 있다. 한편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친자 후계구도에서 이탈해 새로운 인물이나 집단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또한 주목되는 부분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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