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 문제 ‘역제안’…성김 내주 재방북할 듯

북한이 검증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1~3일 방북했던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에게 검증 문제는 물론 한반도의 현 상황과 연관된 중요한 역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힐 차관보는 내주초 워싱턴 수뇌부의 승인을 얻을 경우 이번 방북 협의 결과를 토대로 북한과 후속협상을 벌여 검증 문제 등에 대한 결론을 내린 뒤 곧바로 6자회담 프로세스를 가속화해 이달 중 회담 개최를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소식통은 4일 “힐 차관보의 방북기간 북한측이 많은 얘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북.미간 협의하고 합의한 내용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힐 차관보를 수행해 방북했던 성 김 대북특사가 4일 중국을 방문한 힐 차관보와 떨어져 서울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소식통들은 성 김 특사가 힐 차관보가 워싱턴으로 귀환해 방북 내용에 대한 상부의 구체적 지침을 얻게 되면 서울에서 북한과의 협의 내용을 공개한 뒤 재방북, 후속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의 ’역제안’과 관련, 소식통들은 8월26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서 단서를 찾고 있다.

북한은 당시 성명에서 검증문제와 관련, “9.19공동성명에 따라 전 조선반도를 비핵화하는 최종 단계에 가서 6자 모두가 함께 받아야 할 의무”라며 “남조선과 그 주변에 미국의 핵무기가 없으며 새로 반입되거나 통과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검증이 우리의 의무이행에 대한 검증과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것”이라고 규정, 남북 동시사찰을 주장했다.

따라서 북한이 힐 차관보와의 협의에서 미국의 검증요구를 수용하면서 ’같은 수준의 요구’를 남측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로 남북 동시 상호사찰을 주장했으며 이를 위해 북.미간 고위급회담을 요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그동안 협상의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리찬복 북한군 판문점대표부 대표(상장) 등 군부 인사들과 힐 차관보간 면담을 허용한 것도 자신들의 주장을 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북.미간 군사회담을 통해 상호사찰은 물론 평화협정 등 다양한 군사적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 분야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북한의 제의에 반응을 보이기 전에 한국측과 협의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3일 저녁 힐 차관보와의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한미간 외교장관 또는 그 이상인 정상간 협의도 필요하다면 가질 예정”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남북한은 이미 1991년 12월31일 남북 비핵화공동선언 문안 합의에 이어 이듬해 1월20일 선언의 서명을 통해 남북한 상호핵사찰에 동의한 바 있다.

이후 남북 핵통제공동위원회가 구성돼 1993년 1월말까지 총 22회의 회의를 통해 상호사찰의 범위와 방법, 절차 등에 관한 협상을 벌였으나 이후 이른바 북핵 1차 위기가 고조되면서 뚜렷한 결과없이 상호사찰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미간 고위급 협의가 진행되면 북한의 제안에 대한 내용 분석은 물론 평화체제 문제 등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안에 대해서도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외교소식통은 “북.미간 군사현안은 필연적으로 한반도 평화문제와 직결돼있으며 이는 북.미 문제인 동시에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개입해야 하는 6자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힐 차관보와의 협의에서 자신들이 핵신고서에 담지 않은 액체 폐기물저장소 등 미신고 시설은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로 ’일방적 검증’을 거부했으며 시료채취 문제에 있어서도 ’북한내에서 채취한 시료(샘플)를 해외반출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6자차원에서 이행할 검증이행계획서를 중국측에 제출하도록 양해했으며 특히 검증대상인 핵시설 목록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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