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폐기시 1천억 달러 개발클럽 낄수도

▲ 개성공단 모습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규모 대북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전망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여기에 소요될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동북아 개발은행’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북한이 체제보장을 명분으로 고집하고 있는 핵 설비 폐기와 불능화에만 합의한다면 1천억 달러에 달하는 개발 프로젝트의 구성원으로 참여해 여러 분야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경제를 되살려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동북아 개발銀, 최대 1천500억 달러 조달 가능

12일 정부 관계당국과 주요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규모 대북 송전과 경수로 건설 재개, 철도 및 도로 건설 등 초대형 북한 지원 프로젝트 구상이 정부나 정치권 주변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재원 조달 문제에 대한 언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수십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이런 프로젝트를 현재 가용자금이 1조원선에 불과한 남북협력기금이나 남측의 원조만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하다.

반면 공적 개발은행인 동북아개발은행(ENADB)이 설립되면 한국 뿐 아니라 이해 당사국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한국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 가능하다.

1966년 출범한 아시아 개발은행(ADB)의 사례를 보더라도 인수를 약정한 청약자본금의 50%를 납입자본으로 하되 이를 5년 분할해 납입하는 것으로 하고 나머지 50%는 ADB의 요구가 있을 때 납입하는 ’콜러블 캐피털’(Callable capital)로 지정, 실제 회원국의 재정부담을 줄였다.

하지만 ADB는 이를 통해 설립 이후 1999년까지만 따져도 실제 납입자본금의 20배가 넘는 자금을 활용할 수 있었다. 바로 이런 점이 개발은행 형식의 대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2005년 7월 한덕수 당시 경제부총리는 “북한을 동북아 시장과 개발 체제로 편입시키는 게 동북아 3국의 주된 관심사”라며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방법으로 자본금 200억∼300억 달러의 동북아 개발은행 설립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당시 여기에 세계 주요 국가들이 참여하면 ’트리플A’ 수준의 신용등급을 확보할 수 있고 이 경우 자본금의 5배 수준인 최대 1천500억 달러가 조달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여기에는 중국의 동북 3성이나 몽골 등지의 개발 자금도 포함되지만 역시 주된 수혜층은 북한이 될 수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지난 9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여러 동북아 개발금융 수요에 대한 논의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동북아개발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는 단순히 자금 융통 기능 뿐 아니라 개발 프로젝트의 수립과 관리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투명성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 핵 폐기가 관건

그러나 정부가 생각하는 동북아개발은행은 어디까지나 남북 정상회담과 6자 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핵을 폐기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다.

한국 외 주변국의 참여를 끌어내려면 ’핵 폐기’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핵과 미사일 문제로 북한과의 적대 관계를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미국과 일본이 별도의 국제금융기관을 만드는데 아직 미온적이며 아시아 개발은행(ADB) 역시 자신의 영역 침해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 최대 걸림돌이다.

따라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핵 폐기라는 북측의 중대 결단이 이뤄지면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분위기도 한층 무르익을 것이라는 게 정부와 금융가의 분석이다.

재경부 당국자는 “동북아 개발은행은 민간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아직 정부가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결국 동북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떻게 해결되야 하는 지의 문제이며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힘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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