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위기에 ‘정보기관 흔들기’ 도 넘어서야

영어로 ‘진(Gene)’ 이라고 부르는 유전자는 유전 형질을 규정하는 인자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종자의 특성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자손에게 전해진다. 고양이가 강아지를 낳지 않고 고양이 새끼를 낳는 것이나, 콩 심은 데 콩이 나는 이유가 바로 생명체는 모두 이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23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이 23쌍 염색체의 유전인자 DNA는 중요한 유전정보를 담고 있다. 성격, 외모, 질환 등이 부모와 유사한 것은 부모로부터 DNA 유전자를 물려 받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는 여러 가지면에서 유전적으로 대를 이어가고 있지 않은가 싶을 정도로 닮아 있다. 오히려 이러한 기류가 더 강해지는 추세다.


이들 3대의 유전자적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자신들이 결정한 것은 절대 번복하지 않는 성격이다. 이러한 성격 탓에 북한 핵문제는 30년 넘게 국가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되었고, 일관되게 이 길을 걸어왔다. 핵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유연성이 없다.


다음으로 김씨 체제는 어느 누구도 신성불가침이다. 체제에 반하는 일은 추호의 사소한 일도 절대 용서하지 않으며 반대세력은 가차없이 숙청하거나 제거한다. 또한, 거짓말 조작의 명수들이다. 대남공작기구를 통해 언론, 사이버해킹 수단을 이용해 각종 허위정보를 유포·교란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2월 16일은 김정일의 71회 생일이고 북한의 4대 명절이다. 김정일은 핵무기를 개발하여 체제를 수호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최소한의 국가운영에 필요한 능력도 상실해가고 있는 그의 아들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운명에 설 날이 멀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북한의 핵보유 염원은 6·25때부터이고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지도 30년이 지나가고 있다. 북한 지도부에게 핵개발은 체제보존과 대미·대남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간주됐다. 6·25직후 김일성은 “우리가 핵을 보유하고 있었으면 미국은 전쟁에 개입하지 못했고 통일은 달성했을 것”이라고 탄식을 했다. 1992년 한·중 수교시에도 “믿을 것은 핵폭탄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3년 1월 3일자 노동신문은 거짓주장을 늘어놓았다. 북한은 “북남합의서와 비핵화 공동 선언이 채택, 발표됨으로써 조선반도 긴장완화와 평화 통일의 새로운 국면이 마련된 지금 미국과 남조선 당국자들이 있지도 않는 그 무슨 핵 의혹설을 퍼뜨렸다. 여기에 침략적인 핵전쟁 연습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조선인민뿐 아니라 세계 평화 애호 인민들에 대한 광폭한 도전이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를 시작으로 핵개발을 본격적으로 밀고 나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핵개발을 남한과 미국의 적대정책의 책임으로 돌리고 슬그머니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및 복귀를 반복하면서 1, 2차 핵실험에 이어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들 3대는 핵만이 체제 생존의 수단이고 적화통일의 지름길이며 지상 목표라는 유전자만 힘을 발휘하는 듯 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말과 같이 구소련이 핵을 안 가져서 망한 것이 아니다. 세계최빈국이 자국 총생산의 절반을 핵과 장거리 개발에 투입하는 것은 누가 봐도 멸망의 길을 재촉하는 것이다. 6자회담이 실패하고 북한이 4차 5차 핵실험을 하여도 대중 대미외교를 착실히 해 국민적 통합을 이룬다면 북한 김 씨 정권의 멸망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북핵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너무 허술하기만 하다. 분초를 다투어 북핵 관련 첩보를 전담 수집해야 할 국가정보원이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두 달 가까이 되는데도 사이버활동에 따른 선거개입 논란에 휘말리면서 엉뚱한 곳에 역량을 소모하고 있다. 날로 도를 더해가는 북한의 핵위협과 대남심리전에 대한 대응은 실종되고, 각종 의혹제기로 정보 당국의 대북 업무와 공작기법이 노출이 돼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이로운 것은 결국 북한뿐이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여 특정정파에 유리하게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조직적 개입 의혹이 아닌 해당 직원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활동이냐 여부가 관건이다. 이것으로 정보기관 전체를 흔드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위중한 시기에 국가안보의 허점이라도 드러난다면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이 되어 버린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소탐대실 보다는 대승적 국민화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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