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낙진’ 맞은 유엔 교통장관 회의

정부와 부산시가 초대형 국제행사를 유치하고도 북한 핵실험의 여파로 행사에서 외교상 결례를 범할 상황에 처하게 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3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작년 APEC 정상회담 이후 모처럼 대형 국제행사인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ESCAP) 교통장관회의를 부산에 유치했으나 한명숙 총리의 국회 일정 때문에 주최국으로서 개막식 축사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6-11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되는 유엔 ESCAP 교통장관회의는 세계 41개국 교통 분야 장차관 43명을 포함한 1천여 명의 국가 및 국제기구 대표 등이 참석하는 국제행사로, 한 총리는 10일 장관급회의 개회식에서 정부를 대표해 축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같은날 열리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대정부 질문에 한 총리가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어 한 총리의 교통장관 회의 참석은 어렵게 됐다고 회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주최측 관계자는 “유엔 ESCAP 회의에는 세계 각국의 장관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국제 관례상 대통령이나 총리가 참석해 인사를 했다”며 “이번에도 40여명의 장차관급 외빈을 초청했는데 총리가 오지 못한다면 외교적 결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최근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인사가 있었기 때문에 장관보다 총리가 있어야 한다”며 한 총리가 대정부 질문에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선 북한의 핵실험 이후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선 통외통위 대정부 질문이 중요하지만, 최근 갑작스런 외교안보 분야 개각에 이어 총리까지 자리를 비우게 되면 정작 대정부 질문 당일 마땅히 질문할 대상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병석 원내수석 부대표는 “한 총리의 대정부 질문 참석은 이미 오래전에 국회에서 결정됐으며, 청와대가 갑자기 외교안보 분야 장관들을 교체해 한 총리가 없으면 대정부 질문이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려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기존의 장관들은 모두 물러가실 분들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질문이 이뤄질 수 없고, 새로 장관이 되실 분들은 아직 인사청문회도 마치지 않아 한 총리가 대정부 질문에 응할 수 있는 유일한 국무위원”이라며 “우리로서도 될 수 있으면 배려하려 했지만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한 총리는 반드시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