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시설 폐쇄..`불능화 협상’ 단계 돌입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쇄를 단행하면서 북핵 협상이 `불능화 국면’으로 돌입하고 있다.

특히 북한과 미국이 불능화와 이에 상응하는 정치적 조치에 적극적인 의지를 밝히고 있고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활발해 지면서 한반도 안보지형이 급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2.13합의에 규정된 대로 중유 5만t 가운데 1차 선적분이 14일 도착하자 곧바로 영변 핵시설 폐쇄(가동중단)를 단행하고 이를 15일 오전 한국과 미국 등 관련국에 통보했다.

한.미 등은 북한의 폐쇄를 환영하는 한편 2.13합의 이행의 정치적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번 핵시설 폐쇄를 다음 단계의 협상을 위한 조치임을 분명히했다.

김명길 북한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는 15일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을 미 국무부에 통보했음을 밝히면서 불능화 등 2단계 약속 이행을 위해서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등 미국의 상응조치들이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차석대사는 특히 핵시설 불능화를 골자로 한 2단계 이행이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취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정부 소식통은 “18일 열리는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에서 북한의 요구(테러지원국 해제 등)가 제시되면 이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 초기조치(핵시설 폐쇄-중유 5만t 지원) 이후 추진할 2단계 조치(핵시설 불능화-중유 95만t과 정치적 조치)에 대해 참가국들이 집중 논의한 뒤 주요 합의 내용은 조만간 개최될 6자 외교장관회담에서 집중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15일 “조만간 6자 외교장관회담이 열리면 핵시설 불능화와 불능화를 가능케 하는 상응조치의 합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전문가들은 지난 1월 독일 베를린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회동했을 때 방코델타아시아(BDA) 해결은 물론 핵시설 폐쇄와 불능화 등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관련된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힐 차관보는 지난 13일 일본에서 기자들에게 “북한 원자로의 불능화 조치가 연말까지 완료되기를 희망한다”고 구체적인 시한을 못박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월 국무부 기자회견에서도 연내 북한의 불능화 이행이 가능하고 내년에는 북한이 생산한 핵무기와 핵연료를 포기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핵시설 폐쇄를 넘어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와 불능화 등 2단계 조치는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의 합의가 필수적이다”면서 “베를린에서 양측이 기본적인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핵시설 불능화에 상응해 북한에 제공하는 것은 물질적인 것(중유 95만t 상당)과 정치적인 것이 있는데 북한과 미국 간의 협의에서 미국이 취할 것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의 6자 수석대표회담에 이어 다음 달 중 성사될 6자 외교장관회담의 결과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는 물론 북.미 간 관계정상화,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된 주요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북한과 미국의 협상이 가장 주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개막하는 6자회담에 앞서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은 양자접촉을 갖고 핵 프로그램 목록협의와 농축우라늄 문제 등 현안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서도 북.미 양측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13일 유엔을 포함한 북.미 군사회담을 제의했다. 미국도 6자회담에서 북한이 제의하면 논의해볼 수있다고 대응했다.

또 다음달 6자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되면 남북한과 미국, 중국 간 4자 고위급회담이 열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가 본격 거론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 4개국 정상회담의 개최가능성도 개진하고 있다.

이미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하노이에서 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남.북.미 정상이 참여하는 한국전쟁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핵시설 폐쇄는 2.13합의가 본격적으로 합의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면서 “앞으로의 국면은 더욱 가파른 속도로 전개될 것이며 북한의 정치적 의지에 따라 대단히 큰 합의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을 상대로 한 협상의 특성상 예상치 못한 변수의 돌출로 전체 협상국면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냉철하고 현실적인 자세로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견인할 수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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