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시설 원상복구 공개 위협

북한이 19일 불능화 중단 및 핵시설 복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특유의 ’압박전술’을 가속화했다.

특히 검증 협의에서 이른바 ’국제적 기준’에 의거한 검증 의정서를 마련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참가국들의 입장을 거부하는 논리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와 함께 김정일 건강이상설을 ’나쁜 사람들의 궤변’으로 일축하는 등 체제 내부의 공고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측은 불능화 중단과 핵시설 원상복구가 진행될 경우 ’7.12합의’에 따른 상응조치인 에너지.경제지원을 이행할 수 없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학봉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은 이날 오전 판문점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경제.에너지 지원과 관련한 남북실무협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불능화 중단 및 핵시설 복구 문제와 관련, “복구 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복구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나 같다”고 말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현 부국장은 또 이날 오전 10시15분부터 시작된 실무협의 기조발언을 통해 미국의 자국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유보 조치와 미국이 요구하는 검증체계 구축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검증체계 구축과 관련, “미국측은 임의 장소를 불시에 방문해서 시료도 채취하고 측정기재로 검사하겠다는 것”이라며 “국제적 기준이란 간판을 걸고, 접수할 수 없는 강도식 사찰방법을 적용하면 결국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정세만 긴장된다”고 주장했다.

현 부국장은 특히 미국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는다고 사찰했지만 아무 것도 찾지 못하고 결국 전쟁만 일어났다고 상기한 뒤 “남측에서 조선반도가 제2의 이라크처럼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면서 “아주 심각하며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능화 중단에 대해 “미국이 10.3합의에 따른 자기의 정치적 의무이행을 하지 않고 동시에 5자가 100만t에 해당하는 에너지보상을 계속 끌고있으니 부득이하게 행동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행동과 행동 원칙에 따라 각측의 경제.에너지 지원 의무를 다하고자 하고 있다”면서 “검증문제가 진전이 되고 불능화와 경제.에너지 지원이 계획대로 이행돼 2단계가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협의는 지난 7월 베이징에서 열린 6자 수석대표회의 이후 처음 열리는 남북 접촉으로, 북한의 제의로 이뤄졌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의에 답하면서 미국이 자신들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를 발효시키지 않는 것은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진의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이에 대응해 “(북한은) 핵시설 무력화 작업을 중단하였으며 얼마전부터 영변 핵시설들을 원상복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의 본성이 다시금 명백해진 이상 우리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바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으며 우리대로 나가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접촉이 끝난 뒤 “불능화가 어떻게 되면 우리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안했지만 7월 합의에서 불능화와 에너지 지원이 연계돼있다는 것을 북한측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해 향후 에너지 지원이 중단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직접 만나서 (북한 입장을) 확인하고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하나의 소득”이라면서 “북한측이 에너지 실무그룹 의장국으로서 우리 역할에 대해 평가를 해주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측이 6자 틀내에서 우리와 협의를 했고, 전체적인 6자 프로세스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남북 접촉에서 확인한 북한측 입장을 미측에 설명하고 향후 검증 협의 등 현안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21일 미국 뉴욕에서 한국과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회동한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한편, 현 부국장은 이날 접촉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 “우리 나라 일이 잘 되지 않기를 바라는 나쁜 사람들의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이날 현학봉 부국장이나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을 통해 핵검증 협의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고위급 정책결정의 결과물”로 김 위원장이 국정 전반을 운영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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