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무기 포기할까

제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에서 북한의 핵폐기를 위한 초기 이행조치와 상응조치에 전격합의, 북핵문제가 타결을 봄으로써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6~7기의 핵무기를 포기할 지 여부가 관심을 끈다.

왜냐하면 이번 합의는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첫 발을 뗀 것에 불과하며 북한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그 과정이 첩첩산중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실험 후 핵문제 해결에 있어 핵시설 폐기와 핵무기 포기문제에 대해서는 별개의 사안으로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 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한반도 비핵화 공약이행의 노정도(로드맵)와 관련, “현 단계에서 핵무기를 제외한 현존 핵계획의 포기문제를 토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입장은 2005년 채택된 9.19공동성명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내에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하였다”며 핵무기 포기를 명시한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정세변화를 내세우고 있다.

즉 9.19 공동성명 이후 미국이 성명의 원칙을 배반했고 북한의 핵실험으로 새로운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이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분리시키는 배경은 마늘로 양념한 이탈리아 소시지인 ‘살라미’를 잘게 썰 듯이 하나의 카드를 잘게 썰어 보상을 극대화하는 전략인 동시에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전략으로도 관측된다.

따라서 북한은 초기 이행조치 단계에서 완전한 핵무기 포기까지 이르는 과정을 통해 최대한의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며, 핵 프로그램 폐기 과정에서도 경수로 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더욱이 북한은 여러 해 동안 핵 개발에 많은 정력과 자금을 들여왔고 체제고수를 위해 ‘선군정치’의 깃발을 내걸고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런 만큼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폐기는 단계적으로 이행해 나가면서도 핵무기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 부상은 지난해 2단계 전체회의 기조발언을 통해 “우리는 국제적인 인정을 받자거나 선전용으로 써먹기 위해 핵무기를 만든 것이 아니므로 그에 대해 누가 인정하든 말든 개의치 않으며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다”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종식되어 신뢰가 보장되고 북한이 그 어떤 핵위협도 느끼지 않을 때 한 개의 핵무기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궁극적으로 체제보장이 담보되는 북미관계 개선 단계에 이르러서야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분석관과 존 루이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북한이 진정 원하는 것’이란 제하의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바라는 것은 핵포기에 따른 일련의 보상이나 정전협정의 평화조약 대체와 같은 정치적 조치가 아니라 미국이 미래 동북아 구상 속에 북한의 존재와 체제를 인정해주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이번 합의로 핵폐기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는 있지만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며 “북한이 이번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기존 핵 정책을 폐기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 폐기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결단만 서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북.미 양국 지도부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하냐가 중요한 관건으로 평가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6자 외무장관 회담을 열기로 한 점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북한의 핵폐기 의지는 전적으로 핵 관련 카드가 유일한 협상 카드이기 때문에 미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포괄적 주고받기를 하려는 자세를 갖고 회담에 임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이번에 합의가 가능한 것은 미국이 정책변화를 보였고 먼저 양보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기조가 계속된다면 북한도 핵폐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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